노자가 말하는 조직 관리
지금까지 주로 『노자』의 사상과 처세 철학을 중심으로 소개해 왔는데, 물론『노자』란 그 정도만의 내용을 담은 책이 아니다.
예로부터 중국인을 정치적 인간이라고 말해 온 것처럼, 정치에도 강렬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 모든 고전(古典)이 정치를 중요 주제로서 논하고 있거니와 『노자』역시 그 예외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볼 때, 『노자』를 정치학의 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치를 열렬히 논하고 있으며 이상적인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노자』가 말하는 정치론의 본질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무위(無爲)’ 혹은 ‘청정(淸靜)’이란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위’나 ‘청정’이 거의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지만, 우선 『노자』의 설명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천하를 다스리려면 무위에 투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 무위 라야 하는가. 자, 자세히 보라. 금령(禁令)이 늘면 늘수록 백성은 가난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사회는 문란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지혜가 늘면 늘수록 불행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법령이 정돈되면 될수록 범죄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노자』는 윗자리에 있는 자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무위이면 백성은 스스로 교화(敎化)된다. 청정(淸靜)하면 백성은 스스로 정도(正道)로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요컨대 『노자』가 주장한 ‘무위’, ‘청정'을 간단명료하게 말한다면, 첫째로, 상부로부터의 지시나 금령(禁令) 따위는 되도록 삼가라는 것이다. 둘째로,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로, 정부의 개입을 피하고 민간의 활력에 맡긴다는 것이다.
다만, ‘무위’든 ‘청정'이든 가끔 오해를 받아 온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항상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려해야 하고 마음을 한가롭게 쉴 짬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고생스럽다고 입밖에 낸다든가, 연약한 소리를 하는 등 어리석은 짓을 한다면 리더로서는 실격이다. 아무리 괴로워도 그것이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당연한 임무인 이상, 괴로움을 겉으로 나타내지 말고 의젓한 얼굴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치 물에 뜬 오리가 물갈퀴로 헤엄을 치면서도, 의젓하게 보이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무위’이며 ‘청정’이다.
이처럼『노자』의 정치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치대국(治大國) 약팽소선(若烹小鮮)’이라는 말이다. 즉 ‘대국을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익히는 것과 같다'라고 한 말이다.
생선을 끓일 때 덮어놓고 휘젓거나 쿡쿡 찌르면 생선이 부서지기 쉽고 맛도 없어지는 법이다. 푹 끓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도 마찬가지로서 위에서 권력으로 참견을 하지 않는 편이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무위’와 ‘청정'을 취지로 한 『노자』의 정치철학은, 다르게는 ‘황로(黃老)의 도’ 또는 ‘황로의 술(術)'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렇게 부르게 된 연유는, 노자의 가르침을 계승한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주장을 권위 있게 하기 위해서, 황제(黃帝)라는 전설상의 임금의 이름을 따다가 노자에게 붙여서 『황로』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중국 정치가 중에는 이 '황로의 술'을 신봉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중의 한 사람이 조참(曹參)이란 사람이다. 그를 통하여 '황로의 술'이 어떤 것인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해 보기로 한다.
조참은 원래 한고조(漢高祖)인 유방(劉邦)의 한 부대장으로 활약한 사람으로, 유방이 천하통일을 이룩한 후 제(齊) 나라의 재상이 되었다. 조참은, 전투에서의 활약은 발군의 재질이 있었지만, 정치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는 제나라에 부임하자마자, 나라 안의 학자를 모아놓고, 정치를 어떤 요령으로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자들 개인의 의견이 모두 달라서 얼른 알아듣기에 힘이 들었다.
바로 그럴 즈음에, '황로의 술'을 익힌 노인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장 초빙하여 가르침을 청했더니, 노인은 “치도(治道)는 청정을 귀히 여긴다. 그러므로 백성 스스로가 정한다”라고 말하며, 정치의 요령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었다. '치도' 즉 정치의 나아갈 길은, 청정을 취지로 삼는다, 그러면 백성들은 스스로 안정을 찾게 된다는 뜻이다.
조참이 노인의 가르침대로 정치를 한 결과, 제나라를 보다 잘 다스리게 되었고, 그 뒤에 조참은 명재상이란 칭송을 듣게 되었다.
그러면 조참은 어떤 정치를 베풀었을까. 그는 얼마 후에 실적이 높이 평가되어 중앙정부의 승상(丞相)으로 발탁되어, 임지인 제나라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그는 후임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재판과 시장(市場),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중하게 대처하시오"
후임자는 왜 이 두 가지에 대해서만 주의를 촉구했는지 그 까닭을 몰랐다. 그래서,
“정치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지 않습니까?"하고 묻자, 조참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반드시 그런 것 만도 아니오. 재판이나 시장(市場), 이 두 가지에는 모두 선과 악이 모여드는 곳이오. 지나치게 엄격하게 다스리면 악인들이 몸 둘 곳이 없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것을 음모하여 사회 불안의 씨앗이 될 겁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우선 신중하라고 촉구한 거요."
이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황로의 술'을 기준으로 삼고 있던 조참의 정치는 선과 악을 동시에 허용하면서 중요한 부분만 통제하면 된다는, 그러한 정치였다. 그리고 이런 정치가 『노자』가 주장한 '무위’ ‘청정’의 정치인 것이다.
이 방법이 모든 경우에 통용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방법으로 무난히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조직관리로서도 이상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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