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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처세훈 (웅비의 결단학)/실리를 얻는 지혜

[한비자]5-7 전체의 이익에 위배된다면

by 고전 읽기 202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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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 이익에 위배된다면..…

 

인간이란 그야말로 갖가지 지혜를 짜서 이익을 추구하며 부분적인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얼마 후에는 이 부분적인 효율을 높이려는 경향이 가속되어, 미각(味覺)만의 효용을 추구하는 입만 아는 인간이나, 성적인 쾌락만을 탐하는 성기(性器) 인간이 태어날는지도 모른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가. 한비자는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령 달팽이는 껍질을 만드는 명수라고 한다. 달팽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정교한 구조의 집(껍질)을 여러 겹의 소용돌이로 계속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얼마후에 교묘한 기술에 의한 그 껍질 만들기의 활동을 딱 그치고 만다. 소용돌이를 한겹 늘리기만 하면 껍질의 크기는 16배나 늘어나 버린다는 것이다. 효율이 높은 그 기술에 의해서 생산을 늘리면 달팽이는 무게의 부담에 견디지 못하게 되고, 껍질을 만드는 목적인 삶 그 자체가 위험해지게 된다.

 

껍질을 만드는 것은 자기 보존을 위한 효용이므로 껍질을 만들지 않는 것도 또한 자기 보존을 위한 효용이라는 것을 달팽이가 본능적인 지혜로 몸에 익히고 있는 것은, 살아나가기 위해서라는 그 목적이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효용과 발전

 

그러므로 한비자는 말한다.

 

대저, 언행(言行)이라는 것은 효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날카롭게 다듬은 예리한 화살을 무턱대고 발사한다고 해도 그 살 끝이 가느다란 털끝을 맞추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활의 명수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명확한 표적이 없기 때문이다.

 

5치의 표적을 내걸고 십보 떨어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활을 쏜다 하더라도 예()나 봉몽(逢蒙)과 같은 활의 명수가 아니면 꼭 맞춘다고 단언할 수가 없다. 명확한 표적이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표적이 있으면 예나 봉몽과 같은 명수가 5치의 표적을 맞추어도 명수라는 말을 듣는다. 명확한 표적이 없으면 아무렇게나 발사한 살이 가는 털끝을 맞추었다 해도 명수라는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에 말을 듣고 행동을 관찰하여 그것이 효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 그 말이 아무리 명석정치하다 할지라도, 그 행동이 아무리 확고한 것이라 할지라도 표적 없이 함부로 쏜 화살과 다를 바가 없다.

 

돌멩이만 깔린 땅이 천리가 있다 할지라도 부자라고는 할 수 없다. 인형이 백만 개 있어도 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돌만의 땅이 작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부강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돌뿐인 땅에서는 작물이 자라지 못하며, 인형으로는 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인이나 관리나 기예(技 藝)에 종사하는 자는 땅을 갈지 않고도 먹고살고 있다. 그만큼 토지는 개간되지 않았기 때문에 돌멩이만의 땅과 마찬가지다.

 

유자(儒者)와 협객(俠客)은 전투에 참가하여 공명을 세우지도 않는데 유명해지고 영화를 누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농민은 맥이 빠져서 일을 하지 않는다. 즉 인형과 같아진다. 대체로 돌멩이만의 땅이나 인형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상인이나 관리, 유자나 협객이 개간되지 않는 땅이나 일하지 않는 농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재해를 알려고 하지 않는 것 은 하나를 알고 둘을 모르는 짓이다.

 

효율적인 부국강병

 

현명한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정책은, 상인이나 수공업자(手工業者), 혹은 생산에 종사하는 일도 없이 놀고먹는 인간을 가능하면 줄이고, 더구나 명실공히 비천한 지위로 떨어뜨려야 한다. 왜냐하면 농사에 종사하려는 자 가 적고 상업이나 수공업을 경영하려는 자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과 같이 남의 윗자리에 있는 자의 측근에 청탁이나 해서 일이 잘 되는 일이 유행하면 관직·작위도 돈으로 살 수 있게 된다. 관직이나 작위를 돈으로 살 수 있게 되면 상인이나 수공업을 영위하는 자도 이미 천해 지지 않는다. 금제품(禁製品)이나 값비싼 물품을 시장에서 입수할 수 있게 되면 상인도 그 수가 많아진다. 악덕상인이 착취하는 이익은 농민의 수입의 배를 훨씬 넘으며 사회적인 지위도, 농경, 전투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능가하게 된다. 그렇게되면 정직하고 고지식한 사람은 적어지고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내지 않는 장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뿐일 것이다.

 

농업을 유일한 산업으로 하는, 기원전 3세기 무렵의 전국시대이다. 한비자는 인간을 농민=농작물을 공납(貢納)하는 납세자로서 혹은 전사(戰士) =국가방위를 위한 전력으로서 조직하고 부국강병이라는 목적을 위해 그 효율화를 추진하고자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목적이 명확하게 서면 부분적인 효용만을 추구하는 자도 자연히 배제될 수 있을 것이고, 그 배제를 위해 관리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비자는 말한다.

 

나무를 흔들려는 자가 한 장 한 장 그 나뭇잎을 끌어당기고 있다면 힘만 들 뿐이지 나뭇잎 전체를 흔들리게 할 수는 없다. 좌우에서 나무의 줄기를 두들기면 모든 흔들릴 것이다. 깊은 못가의 나무를 흔들면 새는 놀라서 높이 날고 물고기도 무서워서 깊이 숨는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잘 잡는 자는 그물의 큰 줄을 끌어당긴다. 하나하나 그물눈을 끌어당기면서 잡으려고 하면 힘이 들뿐 물고기도 제대로 잡지 못 한다. 그물의 큰 줄을 당기면 물고기는 저절로 그물 속에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란, 백성의 큰 줄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관리를 잘 관리하지 민중을 직접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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