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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전국책(戰國策)

4. [전국책] 흥정에는 강하라

by 고전 읽기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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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대사령 속에는 당연히 흥정도 포함된다. 흥정이라면 좋지 못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흥정에 강해지지 않으면 이 냉엄한 경쟁사회를 살아갈 수가 없다.

 

전국시대에 활약한 세객들도 이 만만찮은 흥정방법을 생활의 지혜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세객 중에서 흥정을 가장 잘한 사람이 장의(張儀)라는 사람이었다. 후에 그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종횡으로 활약하게 되지만 젊었을 때의 얘기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초나라의 회왕(懷王)을 유세하고 있던 때의 일이다. 젊은 세객의 의견 따위 쉽사리 채택될 턱이 없다. 장의는 당장 생활이 어려워서 함께 지내던 친구들도 모두 그에게서 떠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희왕은 여자를 좋아하여 그 당시 남후(南后)와 정수(鄭袖)라는 두 미녀를 총애하고 있었다거기에 눈을 돌린 장의는 어느 날 회왕과 회견을 했다.

 

“왕께서는 나를 쓰실 생각이 없는 것 같사오니, 허락해 주신다면 지금부터 진나라로 가볼까 합니다

 

"좋소!”

 

"그러시다면 진나라에 뭔가 필요하신 것은 없겠습니까?”

 

“우리나라에는 황금, , 비취, 코끼리 등 뭐든지 있네. 필요한 것은 없어"

 

“여자도 필요 없으시다는 겁니까?”

 

"여자라?……………”

 

"진나라 여자들의 아름다움이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외국 사람이 보면 마치 선녀가 내려온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시골 나라라서, 그와 같은 미인과 인연이 없다. 꼭 그런 여자를 품에 안아보았으면 했는데

 

회왕은 미인이라는 말을 듣자 귀가 번쩍했다. 당장 장의에게 많은 비용을 내주면서 미인을 데려오라고 했다. 남후와 정수 두 사람은 이 얘길 듣고 안절부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미녀를 데려오면 자기들 두 사람은 당장 퇴물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불안해졌다. 남후는 곧 장의에게 사람을 보냈다. ‘곧 진나라에 가신다니, 여기 금 천근이 있습니다. 노자에 보태 쓰십시오’하고 회유책으로 나왔다. 정수 역시 잘 부탁한다면서 5백근을 보내왔다. 장의는 챙길 것을 다 챙겨 놓은 다음, 회왕에게 다시금 찾아가서 이별을 고했다.

 

“각국이 모두 왕래를 매우 엄하게 통제하고 있으니 만큼 언제 또 뵈올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별주나 한 잔 얻어 마실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좋지"

 

회왕은 술잔을 장의에게 내주었다. 장의는 기회를 보다가 적당한 시간에

 

“두 사람만이 대작을 하니 좀 쓸쓸하군요. 아무나 마음에 드시는 분을 불러서 흥을 돋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그렇군"

 

회왕은 남후와 정수 두 사람을 불러 술을 따르라고 했다. 그러나 장의는 놀란 표정으로 공손하게 말했다.

 

“송구스러운 짓을 범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나는 여러 나라를 다녀 보았지만 이 두 분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미인을 데려온다고 했으니 정말 송구하기만 합니다.”

 

“괜찮네, 실은 나도 천하에 이 두 사람만 한 미인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이렇게 해서 장의는 밑천도 안 들이고 공짜 돈을 듬뿍 쥐게 되었다. 더구나 회왕도 납득하게 되었고 두 미녀도 만족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뛰어난 흥정인가.

 

장의는 나중에 국제정치 무대에 올라서도 종종 이와 같은 방법으로 흥정에 성공하여 책사로서 크게 이름을 떨쳤다.

 

장의가 흥정하는 특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참으로 교묘하게 잘 이용하는 점이다. 바로 이 회왕의 얘기도 여자를 좋아하는 회황의 약점뿐 아니라 여자의 약점까지도 훤히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었다. 흥정에 능숙해지려면 이와 같은 깊은 독심술(讀心術)을 터득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에게 바람직한 자질이라 할 수 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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