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 2022. 11. 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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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고한 처세와 지혜

 

일반적으로 유교(儒敎) 도교(道敎) 나란히 놓고 말할 때가 많다. 중국이란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철학이 미묘하게 교차하면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확실히 규제해 왔다.

 

말하자면, 유교가 천하의 국가를 다스리는 엘리트 사상인 것에 반해, 도교는 현실에 밀착한 서민층의 사상으로 존재했다. 또, 유교는 ‘이러 이러해야한다'고 이상(理想) 설득하는 표면의 도덕이라고 하면, 도교는 생활을 받쳐주는 내면의 도덕이라고 말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유교의 근본이 것은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이다. 이에 대하여, 도교는 나중에 여러 가지 요소가 첨가되지만, 근간(根幹) 이루고 있는 것이 노장사상(老莊思想)이다. 그리고 노장사상의 원천이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노자』와 『장자(莊子)』의 책이다.

 

그러나, 노장사상으로서 하나로 묶기는 했으나, 『노자』와 『장자』는 취향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다. 차이를 대충 파악해보면, 『장자』가 인간의 현실로부터 초월하고 해탈(解脫)하는 사상을 설득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노자』는 냉엄한 현실을 살아가는 완고한 처세의 지혜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있다.

 

요즈음 사람은 노장사상이란 말만 들어도 현실을 등지고 살아가는 은둔 사상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그것은 극히 일면적(一面的) 이해에 지나지 않는다. 『장자』는 모르지만 『노자』의 경우는 현실에 등을 돌리기는 커녕, 오히려 강렬한 처세의 지혜를 말해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란 집단으로 행동할 때는 강한 힘을 발휘할 있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장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행동할 때는 의외로 연약한 면을 드러내고 인내력과 끈기가 부족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 사람은 다른 면이 있다.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잘하지는 못하며, 풀어주면 흩어져서 사람 사람의 개성이 표면으로 나타난다. 그런 방면에 개인적인 입장이 되면 강한 면을 발휘하고 역경에 처해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린다.

 

『노자』가 설득하고 있는 처세철학은 이와 같은 중국인의 끈질긴 생활 방법의 정신적인 풍토를 빼고는 생각할 없다.

 

그런데, 『노자』가 말하는 그와 같은 끈질긴 생활 방법과 완고한 생활 방법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고 있는 중의 하나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이상적인 생활 방식은 물과 같다는 뜻이 될는지도 모른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손자』는 이상적인 싸움의 전법을 물의 형태에서 찾고 있었지만, 『노자』는 한걸음 나아가, 그것을 이상적인 생활 방식에 비유하고 있다.

 

그럼, 어째서 물의 존재 방식이 이상(理想)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인가. 『노자』에 의하면 거기에는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물은 상대를 거역하지 않고, 상대가 어떻게 하든 간에 대응할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다음으로 물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흘러감으로써 인간이 겸허해야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세번째로 물은 철저하게 약하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약해짐으로써, 오히려 반대로 강한 힘을 내고 있는 것이 물이라고 한다.

 

『노자』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노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가장 이상적인 생활방법은 물과 같은 것이다. 물은 만물에 대해 은혜를 베풀면서도 상대에게 거역하지 않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낮은 곳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도 연못과 같이 깊은 마음을 함께 지니고 있다. 주고자 때는 구별하지 않고, 말하는 것에는 거짓이 없다. 나라를 다스리면 파탄이 생기지 않고 사물에 적절하게 대처하며 절묘한 때를 포착해서 행동으로 옮긴다. 이것이 바로 물이 존재하는 까닭임에 틀림없다. 물과 마찬가지로 역행하지 않는 생활 방식이야말로 실패를 면할 있다"[1]

 

이것이 『노자』의 발상이며, 중국인의 전통적인 지혜이기도 하다.

 

『노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 물만큼 약한 것은 없다. 그러면서도 강하다는 중에서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 까닭은 물이 철저하게 약하기 때문이다"[2]

 

이렇게 말하는 『노자』의 말은 어딘가 모르게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운 같다. 이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말한 것이 다음과 같은 말이다.

 

우수한 지휘관은 무력을 남용하지 않는다. 전법에 능한 사람은 감정에 치우쳐서 행동하지 않는다. 승부의 명인은 힘을 들이는 대결에 응하지 않는다. 사람을 다루는 명인은 남의 밑에 있기를 좋아한다"

 

『노자』는 이와 같은 방법을 '부쟁(不爭) ()'이라고 했다. 상대에게 거역하지 않고 상대와 싸우지 않고 그러면서도 어느 사이엔가 상대보다 상석(上席) 있게 된다는 것이, 이것이 '부쟁의 ' 것이다.

 

따라서 『노자』가 말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부쟁의 단순한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말하자면 적극성을 안으로 간직하고 있는 수동적인 자세라고 말해도 좋다. 여기에 『노자』가 말하는 처세 철학의 강인성이 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1]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거선지)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심선연 여선인 언선신 정선치)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사선능 동선시 부유부쟁 고무우) 

[2]  天下莫柔弱於水 (천하막유약어수) 

      而攻堅强者莫之能勝 (이공견강자막지능승)

      以其無以易之 (이기무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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