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노자(老子)

2. [노자] 재능만을 자랑하지 말라

고전 읽기 2022. 11. 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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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만을 자랑하지 말라

 

2천년 이상이나 중국 고전에는 이름과 그것을 저술한 사람의 이름을 같이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노자』 그와 같은 사례의 하나다.

 

이제 노자라는 인물에 관해서인데, 그에 관해서는 가지 설이 전하고 있어 확실한 것을 수가 없다. 역사상 분명히 존재했는지 어떤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형편이다. 어느 정도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는지도 른다.

 

『사기(史記)』라는 역사책에 의하면, 젊었을 때의 공자는 먼저 노자를 찾아 가르침을 받았다고 전한다.

 

그때 노자는 이런 말로써 공자를 훈계했다고 한다.

 

"총명하고 통찰력이 풍부하면서도 죽음의 위험에 봉착해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남을 지나치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달변()에다가 박식하면서도 자신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남의 결점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그대도 자기주장을 삼가는 것이 좋다"

 

즉, 행동을 삼가고 지나친 짓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또, 노자는 이때 “군자(君子) 성덕(盛德) 있으면서도 용모는 어리석게 보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1] .

 

성덕이란 '우수한 재능'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다시 말해서, 군자는 속에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어리석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코 끝에 재능을 자랑으로 달고 다니는 그러한 생활 태도는 결코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또, 『장자』에 의하면 양자(揚子)라는 학자가 노자에게 가르침을 청했을 , 노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훈계했다고 한다[2].

 

다시 한번 느긋하게 바보 행세를 해야 하느니라. 도대체 그런 성급한 짓을 하면서 누구하고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인가. 나는 그대의 우쭐대는 꼴을 보니 아니꼬워서 역겹네

 

이와 같이 노자라는 인물은, 인간이란 무슨 일에 있어서나 겸허해야 하고, 좀 모자란 듯이 행동하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노자』속에서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겸허함이라든가 모자란 듯하라는 것은, 어쩐지 소극적인 덕목(德目)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노자』 경우는 이면에 겸허하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게 되고 모자란 듯이 보이면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는 만만치 않은 계산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3]

 

"자기 자신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이 내세운다. 자기 자신을 도외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이러한 속셈을 미리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다는 점에 노자류(老子流)의 처세철학의 만만찮음이 있다고 해도 좋을 같다.

 

『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옳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자기 자신을 과시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칭찬한다. 자기 자신의 재능을 내세우지 않으니까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같은 내용을 반대의 각도에서 말하기도 했다.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중요한 대목이므로 인용해 보기로 한다.

 

발돋움해서 서려고 하면 오히려 발뿌리가 불안정하다. 자기 자신을 옳다고 하면, 오히려 무시당한다. 자기 자신을 과시하면 오히려 배척당한다. 자기의 공적을 자랑하면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된다. 자기의 재능을 내세우면, 오히려 발목이 잡힌다

 

겸허하라, 모자란 척하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요망되는 말이다. 그러나 노자의 경우 특히 점을, 남의 위에 있는 사람, 조직의 리더에게는 빼놓을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한 같다.

 

훌륭한 지도자는, 국민을 통치하고자 때는 겸허한 태도로 국민에게 겸손해야 한다. 국민을 지도하고자 때에는 자기 자신은 뒤로 물러나서 지도자 행세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상좌에 앉아 있어도 국민은 어렵게 느끼지 않게 되고 앞장서도 국민은 방해가 된다고 느끼지 않는다. 이와 같이 국민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재능이나 공적을 앞세워 다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스스로 복종하게 되는 것이다

 

실로 함축성 있는 말이기 때문에 원문을 소개한다. 이것은 『노자』6장에 나오는 말로써 남을 지도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슴에 새겨두어야 같다.

 

“... 是以天下樂推而不厭 (시이천하락추이불염),

    以其不爭 (이기부쟁),

    故天下莫能與之爭 (고천막능여지쟁)”

 

뜻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남을 지도하려면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은 뒤로 두고 국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된다는 말에 이어지는 글귀로서그래야 세상 사람들이 지도자로 불평 없이 천거할 것인 즉, 그것은 그가 국민과 능력을 가지고 다투지 않으니까 국민도 그와 다투려 하지 않기 때문이로다라는 뜻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1] 君子盛德容貌若愚(군자성덕용모약우)

[2] 장자, 우언(寓言)

     而睢睢盱盱(이수수우우)

     而誰與居(이수여거)

     大白若辱(대백약욕)

     盛德若不足(성덕약부족)

[3] 聖人 抱一 爲天下式 (성인 포일위천하식)

     不自見故 明 (부자견고 명)

     不自是故 彰 (부자시고 창)

     不自伐故 有功 (부자벌고 유공)

     不自矜故 長 (부자긍고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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