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1-9 주인이 천하를 쥐게 하는 부하의 기량
주인이 천하를 쥐게 하는 부하의 기량
알고 있는 것을 숨기고, 모르는 척하고 물으면 알지 못하는 것까지 알게 된다. 하나의 일을 탐지하면 많은 숨겨진 것들까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비자는 말한다.
이와 같이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풍부한 상상력은 극찬할 가치가 있거니와 그것은 즉, 그러나 이것을 능력이 없으면서 보다 좋은 자리를 얻으려 하고, 공적이 없으면서 부와 높은 지위를 손에 넣으려는 부하의 이기적인 교활함을 뒤집어 놓은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악인(惡人)을 물리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와 같은 대립과 속임수가 윗자리에 있는 사람과 부하 사이에 구축되어 버린다면 아마 그런 조직은 머지않아 붕괴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윗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아부하고 알랑거리며 달콤한 꿀물을 빨아먹으려는 사람은 어쩌면 그 수가 적고, 대부분의 부하는 정직하고 또 직무에 충실하려 하는 것이다. 그들의 협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하기야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 속에도 반드시 어딘가 취할 점이 있는 것이라고 한비자가 말하듯이 사람은 제가끔 한 가지씩은 능력을 몸에 익히고 있음은 틀림없는 일이다.
한비자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中)에게, 대신의 임명에 관하여 물었다. 그러자 관중이 대답했다.
“말이 유창하고 금전에 대하여는 청결하며 인정이 많은 점에서는 저도 현상(絃商)을 따르지 못합니다. 그 현상을 법무대신(法務大臣)에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계단을 내리고 오를 때에도 경건하게 자기를 낮추고 예의 바르게 빈객을 응대하는 일에는 저도 습명(明)을 따르지 못합니다. 그를 외교(外交) 담당 대신으로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초원(草原)을 개척하여 마을을 만들고 황무지를 개척하여 조밭을 만드는 일에는 저도 영무(寧武)를 따르지 못합니다. 이 영무를 농업 담당 대신으로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3군을 통솔하고 병사들로 하여금 생명을 아까워하지 않고 싸우게 하는 일에는 저도 공자(公子) 성부(成父)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바라옵건대 공자 성부를 국방 담당 대신에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꾸밈없이 간언(諫言)하는 일에 대하여는 저는 동곽아(東郭牙)를 따르지 못합니다. 이동곽아를 간언담당 대신에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제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이 다섯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제나라 하나를 다스리는 데 만족하지 않고 만약 천하의 패왕(覇王)이 되고 싶으시다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진언을 드린 이 관중(管仲)이 옆에 있습니다.”
적어도, 금전적인 면에서 깨끗하다고 할 수 없으며, 예의가 바르지도 않으며 군사의 지휘에는 작은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조차 없던 관중에게도 제의 환공을 패왕으로 만들 수 있는 기량은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관중의 투철한 자각에 입각하여 착실하게 짜인 그의 의견을 채용한 제나라의 환공은 짜임새 있는 팀워크로 난마(亂麻)와 같이 흐트러져 있던 천하를 하나로 묶어 제후(諸侯)들을 총괄하는 패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