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의 처세훈 (웅비의 결단학)/결단의 지혜

[한비자]2-4 위선으로 자신을 감추지 말라

고전 읽기 2023. 3.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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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으로 자신을 감추지 말라


진(晋)나라 여공(鴽公) 때에는 란서(樂書), 중행언(中行偃), 한궐(韓厥), 사섭(士燮), 극기(郤錡), 극기(郤至)등 6명의 군 사령관이 지위도 높고 큰 권력도 쥐고 있었다. 그리하여 서동(胥僮)과 장어교(長魚矯)가 여공에게 진언했다.


“대신들이 지위가 높고 권력이 지나치게 크면 외국의 군주들이 다투어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대신들 역시 그들과 공모하여 파벌을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아래로는 국법을 어지럽히고, 위로는 군주를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된 나라가 위험에 빠지지 않은 예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알았소.”


여공은 이렇게 말하고 극기, 극지, 극주세 사람을 사형에 처했다. 그러나 서동과 장어교는 다시 진언하였다.


“같은 죄를 지은 인간들 중 그 일부분을 죽이고 전부를 처리하지 않으시면 나머지 사람들이 원한을 품게 되며 그들에게 이용할 수 있는 틈을 주는 결과가 됩니다.”


“나는 한꺼번에 세명을 죽였소. 여섯 명을 모두 죽인다는 것은 참혹한 일로 도저히 그럴 수는 없소.”


여공이 이렇게 말하자 장교가 말했다.


“주군께서 참혹하다고 망설이신다면 저쪽이 주군을 죽이기 위하여 공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공은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석 달이 지나 반란이 일어났다. 여공은 란서와 중행언에 의하여 유폐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 여공은 살해되고 영토는 분할되었다. 서동도 중행언에게 살해되었고 장어교는 적(秋)나라로 도망쳤다.


참혹하다고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야 한다. 이미 세 사람을 죽였으니까 여공은 처음부터 참혹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독(毒)을 마시게 하려면 그릇까지 먹이라는 말이 있다. 하려면 철저히 하라는 뜻이다. 한번 결단을 내린 이상 참혹하다는 생각이 들건 말건 그것을 끝까지 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참혹한 일을 할 수 없다는 허울 좋은 구실을 내세워 자신의 나약한 심정을 감추면서 결단을 질질 미루었기 때문에, 여공은 자신이 살해되고 영토가 분할되는 꼴을 당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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