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장자] 명리에 초연한 생애
명리(名利)에 초연한 생애
『장자』의 저자가 장자이지만, 『사기(史記)』에 의하면 이름을 주(周)라고 하며 송(宋) 나라의 몽현(蒙縣) 사람으로, 젊은 시절에는 옻나무 밭의 관리를 지냈다고 하였을 뿐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약 2천 3백 년 전, 전국시대(戰國時代)가 한창때였는데, 당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재를 구하여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능만 있으면 출세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자는 그런 풍조에 등을 돌리고 재야의 은둔군자(隱遁君子)로서 생애를 마쳤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실천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장자에 대하여 이런 얘기가 있다.
장자가 언제나처럼 복수(漢水)라는 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으려니까 초(楚) 나라의 중신 두 사람이 왕의 명령을 받들고 찾아왔다. 중신들은 장자를 만나는 즉시 이렇게 말했다.
“제발 우리나라의 재상이 되어 주십시오. 상감의 부탁입니다”
장자는 낚시를 드리운 채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귀국에는 죽은 지 3천 년이나 지난 영험(靈驗)이 뚜렷한 거북의 등딱지가 있다고 들었소. 왕은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보관하고 대단히 소중하게 받들고 있다고 들었소. 그런데 그 거북이가 죽어서 숭앙(崇仰)을 받는 지금의 상태와, 흙탕물에 꼬리를 끌면서라도 살아서 돌아다닐 때의 상태와 어느 쪽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물론 살았을 때가 좋겠지요”
그러자 장자는 말했다.
“자 어서 돌아 가시오. 나도 흙탕물에서 꼬리를 끌며 살아가고 싶소”
묘당(廟堂)에서 경론(經論)을 펼치는 것보다는 일개 자유인으로서 느긋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명분과 실리에 매이지 않고 장자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장자의 생활태도에 대해서 또 이런 얘기도 전하고 있다.
송나라에 조상(曹)이란 사나이가 있었는데 송왕(宋王)의 명을 받고 진(秦) 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갈 때는 선물 보따리가 겨우 몇 대의 마차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진나라 왕의 마음에 들어서 돌아올 때는 마차 백대를 끌고 왔다. 사나이는 장자를 보자 이렇게 자랑했다.
“가난해서 뒷방에 살며 풀기 없는 얼굴로 짚신이나 삼는 재주는 없지만 대국의 왕을 설득해서 당장 수레 백 대의 부하를 거느리는 신분이 되기는 쉽소"
그러자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진나라 왕은 병을 앓고 있어 여러 나라로부터 명의를 모으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부스럼을 짜서 고쳐주는 자에게는 수레 한 대, 치질을 핥아준 자에게는 수레 다섯 대,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수레의 수가 많아진다고 하더군. 자네는 그 많은 수레를 받은 걸로 보아 아마 치질이라도 고쳐준 모양이지. 자, 어서 내 곁에서 사라지게"
이 또한 명리(名利)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인의 면목을 보여준 모습이다.
장자 자신에 관한 이런 얘기는 『장자』속에 몇 가지 소개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모두 좋은 얘기만은 아니다. 그 중에는 장자가 뜻하지 않게 실패한 홍미 있는 얘기도 있다.
장자가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남쪽에서 이상한 까치가 날아왔다. 그 놈이 장자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더니 근처의 밤나무 숲에 앉았다.
“묘한 새로구나.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지 못하고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장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소매를 걷어올리고 밤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까치를 겨냥해서 화살을 재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까 까치는 나뭇잎 뒤에 숲은 사마귀를 노리고 있고 그 사마귀는 또 서늘한 나무 그늘에서 울고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사마귀와 까치는 눈앞에 있는 먹이에 마음이 팔려서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은 모르고 있었다.
“먹이를 노리고 있는 자, 그도 남의 먹이가 되는구나. 이(利)를 추구하는 자는 해(害)를 가져오게 한다. 아, 위험하구나”
장자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활을 버리고 밤나무숲에서 나와 버렸다. 그러나 나오다가 그를 추격해 온 밤나무 숲 파수꾼에게 붙잡혀 밤도둑으로 오해를 받고 욕을 먹었다. 그 후로 장자는 3개월 동안 방에 들어앉아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명예나 이익같은 것이 안중에도 없던 장자 같은 이도 뜻하지 않게 이런 실수를 범할 때가 있다. 그러니 우리 범인이야 말할 것도 없다. 비록 『장자』가 말하는 ‘좌망’이나 ‘목계’와 같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 망정, 노력을 쌓아 가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성장과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그 힌트를 『장자』라는 책 속에서 얻어내고 싶을 뿐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