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 2022. 12. 7. 22:00
728x90

 

앞의 『노자』를 설명할 때도 이미 설명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지나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중국인은 지나친 일에는 경계심을 두고, 적당히 균형을 잡으려는 경향이 있다. 『채근담』에도 그러한 인생관이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은 어째서 그토록 과격한 행동을 경계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첫째 지나친 행동은 오래 계속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 주위의 눈과 반발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채근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위는 너무 위로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다 올라가면 함정이 기다리 고 있다. 재능은 적당히 발휘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발휘하면 뒤를 이어 갈 수가 없다.

 

훌륭한 행동도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행동은 오히려 비난과 중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훌륭한 지혜라고 해도 좋다. 공자도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라고 말했지만, 이와 같이 과부족(過不足)이 없는, 균형이 잡힌 상태를 중용(中庸)의 미덕이라고 한다.

 

『채근담』도 이 ‘중용의 미덕’에 관해서 여러 군데에서 말하고 있으므로 그 몇 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

 

“자기에게나 남에게나 세세한 배려를 하여 무슨 일이든 빈틈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하면 한편으로는 자기에게나 남에게나 배려심이 없이 무슨 일에든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 있다. 지나치게 빈틈없는 태도도 좋지 않고, 너무 소극적인 태도도 좋지 않다. 훌륭한 사람은 균형이 잡힌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

 

“이상은 높게 가져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실에 입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사고(思考)는 주도면밀해야 한다. 그러나 사소한 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취미는 담백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담(枯談)해서는 안된다. 절조는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러나 편협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도 있다.

 

“청렴하면서 포용력도 있다. 생각이 깊고 결단력이 있다. 통찰력이 있으면서도 남의 흉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순수하면서도 과격하지 않다. 이런 사람이야 말로, '꿀을 타도 지나치게 달지 않고 소금을 섞어도 지나치게 짜지 않다'라고 하여, 이상적인 태도에 가까운 인물이다”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균형이 잡힌 행동이 이상적이라는 말이다.

 

인생의 쾌락에 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다'()은 지나치지 않 아야 한다’, 빠져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입맛을 당기는 음식은 모두 창자를 상하게 하고 뼈를 썩게 하는 독약이다. 적당히 먹지 않으면 건강을 해친다.

 

쾌적한 즐거움은 모두 몸을 상하게 하며 덕()을 잃게하는 원인이 된다. 적당히 하지 않으면 후회를 남긴다”

 

또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친구와 친지를 모아놓고, 마시며 노래하며 소란을 떤다. 그러나 어느 사이에 밤이 깊어 등불도 줄어들고 향기도 사라졌으며, ()도 식어 버렸다. 이 무렵이 되면 주위는 아랑곳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자까지 나타나서, 더한층 서글픈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세상의 낙이란 대개 이런 것이다. 그런데도 왜 알맞은 정도로 끝내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또, ‘꽃을 구경하려면 반쯤 피었을 때, 술을 마시려면 거나하게 취 할 정도라야 최고의 정취가 있다. 활짝 핀 꽃을 보거나 정신없이 취할 때까 지 마시면 흥이 깨져 버린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균형감각과 중용을 중히 여기는 인생 태도에는 무궁무진한 맛이 있으며, 인생의 극치를 터득한 달인(達人)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채근담』 은  전진을 위해서는 후퇴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때는 반드시 뒤로 물러나야 하는 것까지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울타리에 뿔을 박은 양처럼 꼼짝 못 하게 될 우려는 없다.

 

손을 댈 때는 먼저 손을 떼는 경우부터 생각하라. 그렇게 하면 호랑이 등 에 업혔을 때처럼 덮어놓고 달리게 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주 실천적인 어드바이스를 소개한다.

 

“기쁨에 들떠서 경솔하게 굴지 말라. 술에 취한 것을 빙자하여 분노를 폭발하지 말라. 순조롭다고 해서 긴장을 풀고 일을 크게 벌리지 말라. 지쳤다고 하더라도 최후까지 일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

 

귀가 아프도록 들은 말이지만, 균형감각이나 중용이란 이와 같이 신중하 고도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지향하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