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논어(論語)

2. [논어] 인생을 고통으로 보낸 공자

고전 읽기 2022. 12. 12. 22:00
728x90

 

『논어』 공자의 언행록, 즉 인간, 인생, 정치에 관한 감상과 의견을 모아 놓은 책으로 대개 한 두 행의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논어』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논어』라는 책이름과 공자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사람들 중에는 『논어』라는 말만 들어도 고루한 설교로 가득 찬,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이라고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공자는 곧 성인(聖人)이라는 등식도 크게 관계되고 있다. 공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사람들을 유가(儒家)라고 하는데 후세의 많은 유가들이 공자를 지나치게 존경한 나머지 신격화(神格化)하여 성인으로 받들어 왔다. 그것이 오히려 공자와 『논어』를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의 공자는 완전 무결한 성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고통 속에서 인생을 지내온 사람이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는지도 모른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컸다. 그의 어머니도 17세 때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의 집은 결코 풍족한 가정은 되지 못했고 어려서부터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야만 되었다.


그 후에 공자는 자기 스스로 “나는 젊은 시절에 고생을 했기 때문에 좋고 싫은 걸 떠나서 무슨 일이든지 닥치는 대로 하느라고 쓸데없는 일까지 한 적이 있다”라고 회고했다. 굶는 것을 밥 먹듯이 하며 자란 것이다. 그뿐 아니다. 나중에 그가 정치에 뜻을 두고 유세에 나섰다가, 유세에 실패한 다음 이윽고 정치를 단념해야 하는 상태에 몰린 적도 있다. 밑바닥 생활의 고통을 충분히 맛본 인간, 그가 바로 공자다.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마시고 먹기만 하며 머리도 쓰지 않은 채 하는 일없이 그냥 지낼 바에야 차라리 노름이라도 하는 편이 낫다.


놀라운 일이지만 성인군자로 알려진 공자가 이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모든 것을 달관한 성인이라기보다 부랑아적인 인품이 드러나는 것도 엿볼 수 있다. 『논어』는 그러한 고생 끝에 나온 말들이 얼마든지 기록되어 있다.


우선 그 중에서 두세 가지 소개하겠다.


공자는 어느 때 다음과 같은 감상을 말한 적이 있다.

 

“가난을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고, 부자가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세상에는 돈을 조금 모아도 갑자기 남을 깔보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돈을 벌고도 교만하지 않은 사람을 보고 그 나름대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며 어려운 것은 가난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역시 가난하게 산 고통과 괴로움을 체험한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공자는 또, 자공으로부터 ‘생애의 신조로 하기에 걸맞은 말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십시오'라는 청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


남이 시키는 싫은 짓은, 나도 그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에티켓이라고 해도 좋은 말이다.


또 어느 때에 자로(子路)라는 제자가 “선생님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시는 생활태도는 어떤 것입니까"하고 물었더니,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
연장자가 안심하게 하고, 동료로부터 신뢰를 받고, 연소자로부터 숭모 받는 것, 이것이 나의 이상이다”


평범한 말처럼 들리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극히 함축성이 있는 말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말은 성인의 말이라기보다 인생의 쓰고 단 맛을 체험한 사람의 말이라고 하는 편이 보다 걸맞은 것 같다.


『논어』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는 것은 이런 점을 두고 한 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