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논어] 인간관계의 중요성
어느 때 자로가 공자에게 “선생님, 신령님께는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합니까?”하고 물었더니, 공자는 “신령님에게 봉사하기보다 우선 사람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게”라고 대답했다.
자로가 잇따라 “그럼 선생님,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요?”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 공자는 “산다는 뜻도 아직 모르고 있네. 하물며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안단 말인가”하고 대답했다. 이것을 한문으로 표현하면 ‘미지생(未知生), 언지사(焉知死)'라고 한다.
이 응답에서도 분명한 것처럼, 공자의 관심은 한결같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눈앞의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사회생활의 방법에 대해 일관되어 있었다. 사회생활 중에서 우리의 마음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의 하나가 인간관계인데, 『논어』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에서 힌트를 주고 있다.
우선 공자가 인간관계의 기본으로서 중요시한 것이 '신(信)'이라는 말이다. 신(信)이라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며 굳이 번역하면 ‘성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논어』에서 공자는 '사람에게 신이 없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즉 신이 없으면 이미 인간으로서 평가할만한 가치가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한 다음과 같은 문답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때, 자공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을 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식량의 충족, 군비(軍備)의 충실, 사회 속에 신(信)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럼 그 세 가지 중에서 가령 한 가지를 단념해야 할 경우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합니까"
“군비일세”
“나머지 두 가지 중 가령 또 한 가지를 단념해야 한다면 어느 것으로 택해야 합니까"
“물론 식량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이 사회에서 신이 없어진다면 비록 살아 있다고 해도 그 보람이 없지 않은가"
이 문답 하나만 보더라도 공자가 인간관계의 기본으로서 신(信), 즉 성실성에 바탕을 둔 신뢰관계를 중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능히 알 수 있다.
또 산전수전 다 겪은 공자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실로 구체적인 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우선 친구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공자는 “우월감을 가지기 위해 자신보다 못한 자를 친구로 삼지 말라(主忠信, 無友不如者)’고 말하고, 사귀어서 유익한 친구와 사귀어도 유익하지 않은 친구를 각각 세 가지씩 들고 있다.
사귀어서 유익한 친구란 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교양있는 사람 등 세 타입이다. 그리고 유익하지 못한 사람은 편리한 대로 붙는 사람, 사귀기가 좋은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등이다. 이 또한 냉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윗사람을 사귈 때, 해서는 안될 것이 세 가지 있다고 공자는 말한다.
첫째, 묻지도 않는데 말하는 것
둘째,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것
셋째, 상대방의 표정도 보지 않고 지껄이는 것
윗사람이란 회사의 상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지키기만 해도 상사와의 인간관계는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