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맹자] 전투적인 이상주의자
맹자라는 사람은 한 마디로 말해서 전투적인 이상주의자였다. 그가 활약한 것은 약 2천3백 년 전의 일로, 전국시대가 한창인 시기였다. 당시 모든 나라는 앞다투어 부국강병을 꾀하고 있었으며 이익 추구에 여념이 없었다. 그와 같은 시대에 맹자는 인의에 의한 왕도정치를 주장하여 각국을 돌아다니며 유세를 벌여 그 실현을 도모하였다.
그럼 그가 주장한 왕도정치란 어떤 정치였는가. 맹자 그의 주장과 행동을 정리해서 집대성한 책으로 그 권두에 다음과 같은 유명한 얘기가 수록되어 있다.
맹자가 위(魏) 나라의 혜왕(惠王)이란 임금에게 유세를 했을 때의 일이다. 맹자를 보자마자 혜왕은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먼 길을 무릅쓰고 이렇게 찾아왔으니 우리나라의 이익이 될 만한 묘안을 분명히 가지고 왔을 테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어째서 그토록 이익, 이익하십니까. 중요한 것은 인의입니다. 왕은 국가의 이익밖에 생각지 않습니다. 중신은 자기 일가의 이익밖에 생각지 않습니다. 관리와 서민은 자기 한 몸의 이익밖에 생각지 않습니다. 이처럼 각자가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므로 나라가 망합니다.
만승(萬乘)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중신일 것이고, 천승의 나라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중신일 것입니다. 만승의 나라에서 천승의 녹을 받고, 천승의 나라에서 백승의 녹을 받으면 이미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에 만족하지 않고 나라 전부를 뺏으려고 하는 것은 인의를 무시하고 이익을 제1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의 마음을 가진자 부모를 버린 예가 없으며 의를 지키면서 군주를 가볍게 여긴 예는 없습니다.왕이시여, 제발 인의만을 입에 담을 일이지 어찌 이익, 이익하며 정사를 보십니까”
간단히 말해서 ‘인’이란 상대를 감싸준다든가, 애정이라는 뜻이고, 또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며 인간으로서 옳은 일만 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릇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義)이다.
군주, 즉 윗자리에 있는 자가 이 두 가지 덕, 즉 인과 의를 갖추고 그것을 널리 백성들에게 가르친다, 이것이 맹자가 주장하는 왕도 정치인 것이다.
그것을 다시 자세히 말하고 있는 것이 역시 위나라의 혜왕과 맹자의 다음과 같은 문답이다.
위의 혜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나는 나름대로 정치에 마음을 쏟았다고 생각한다. 이웃나라의 정치를 보더라도 나만큼 정치에 배려하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실적을 올릴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왕께서는 전투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싸움 얘기를 예로 들며 말하겠습니다. 진격의 신호인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막상 결전을 벌이려고 할 때 갑옷과 칼을 버리고 도망한 병사가 있었습니다.한 사람은 백보를 도망한 후 멈추었고 한 사람은 50보 도망한 후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50보 도망한 자가 백보 도망한 자를 보고 겁쟁이라고 비웃었다면 왕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우습구려. 비록 백보만큼 도망가지 못했다고 해도 도망한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 이치를 아신다면 상감이 지금까지 선정(善政)으로 실적이 오르지 않는 것을 한탄하신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농번기에 농민을 부역에 동원하지 않으면 식량은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구잡이를 못하게 하면 물고기가 많아질 것입니다. 남벌(濫伐)을 금하면 재목이 풍부할 것입니다. 식량과 물고기의 부족이 없고, 재목이 풍부하면 백성은 생활의 불안이 없어지며 죽은 자를 후히 장사 지내 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백성은 불평불만을 품지 않습니다. 백성이 불평불만을 품지 않게 하는 일이야말로 왕도정치의 제1보입니다.
그러나 왕께서는 개와 돼지가 인간의 식량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체 합니다. 길에는 굶어 죽는 자가 있지만 곡창을 떨어 구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백성이 굶어 죽는데도 왕은 내 책임이 아니라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마치 사람을 죽이고도 내가 죽인 것이 아니라 칼이 죽였다고 핑계를 대는 것과 같습니다. 왕께서 흉작을 핑계하는 태도를 버릴 때 비로소 국민으로부터 흠모받는 훌륭한 군주가 될 것입니다.”
열 가지를 제쳐두고 백성의 안정을 도모하겠다. 그것이 왕도정치의 제1보라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말하면 복지 우선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왕도'의 반대가 '패도(覇道)'인데 이건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방법으로서 권력으로 지배하는 정치이다. 이에 대해 왕도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덕을 쌓고, 그 덕으로 사람들을 인도해 가는 방식이다. 즉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 나누는 정치이다.
그러나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도 현대 못지않은 패도가 지배했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였다. 그런 가운데 맹자는 인의에 의한 왕도정치를 내걸고, 그 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그 정열은 참으로 보통이 아니었다.
전투적인 이상주의자, 혹은 힘 있는 이상주의자, 한 마디로 말해서 맹자는 그런 인간이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