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전국책(戰國策)

1. [전국책] 설득과 교섭의 보고(寶庫)

고전 읽기 2022. 12. 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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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대사령(應對辭令)이란 설득과 교섭, 혹은 부하를 쓰는 법 등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전국책』은 그와 같은 응대사령의 보고(寶庫)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공자가 자공()이란 제자로부터 지도자의 조건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든 것이 '사방으로 사신을 보내어 군주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 라고 했다. 즉 지도자란 외교 교섭에 나서서 백성이 원하는 부탁을 훌륭히 완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교 교섭을 성공시키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응대사령을 터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사회의 지도자적 입장에 있는 경영자나 관리직이 교섭하러 나섰을 때, 그 직무를 완수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전국책』정도는 읽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책』은 결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책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국시대의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시대에 활약한 세객(說客)들의 생생한 일화를 모아놓은 책이다.

 

2천 수백 년 전의 중국은 그야말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국시대로서 천하통일을 위해 피투성이의 무력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외교 교섭이 전개되어 서로 살아남을 것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러한 외교를 담당한 사람들이 세객(說客) 또는 책사(策士)라고 일컬어진 사람들이다.

 

'세객'은 우선 각국의 왕에게 유세하여 먼저 자신을 팔아야 한다. 팔려가야 비로소 활동의 기반을 닦게 된다. 운좋게 외교교섭의 활동무대에 진출해도 교섭에 실패하면 당장 실각하고 만다.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쨌거나 교섭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그들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또 여러 가지 술책을 강구해 낸다. 또 그들의 변론에는 상대를 설득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박진감을 보이고 있었다. 중국의 전국시대에는 이와 같은세객들이 수천, 수만이 나타나서 세 치 혀끝만 가지고 난세를 헤쳐나가며 활보하고 있었다. 그 활동 모습을 기록한 것이 전국책다.

 

우선 유명한 얘기를 소개한다.

 

조(趙) 나라가 연(燕) 나라를 공략하려고 했을 때의 일이다. 소대(蘇代)라는 세객이 연나라 왕의 부탁을 받고 조나라 왕을 설득하려고 찾아왔다. 소대는 이렇게 말하면서 조왕을 설득했다.

 

“여기에 오는 도중, 역수(易水)를 건너왔는데 보니까 모래 위에 말조개가 나와 있었습니다.거기에 도요새가 날아와서 부리로 말조개를 쪼았습니다.그러자 말조개는 껍질을 닫아 도요새의 부리를 꼭 물었습니다.도요새가 '이놈아 이삼일 비가 안 오면 넌 죽고 말 것이다.' 하고 소리쳤습니다.말조개도 지지 않고 무슨 소리냐, 이대로 있으면 너야말로 꼼짝 못 하고 죽을 것이다.’ 하고 소리쳤습니다.서로 버티고 있을 뿐 양보하지 않았습니다.그때에 어부가 오더니 양쪽 모두 잡아갔습니다.

 

한데, 귀국에서는 지금 연나라를 공략하려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싸움을 오래 끌어서 국력이 쇠진해지면 이웃에 있는 진나라가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차지하게 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깊이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왕은과연 그렇다면서 연나라를 공략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에서어부지리라는 말이 나온 것인데, 그와 같이 교묘한 얘기를 예로 들면서 상대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 이 얘기의 특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상대에게 무엇을 부탁할 때에는 머리를 숙이고 저자세로 부탁해도 효과를 별로 거두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저러하게 하면 구체적인 이익이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제시해 주면 어느 사이에 상대는 이쪽 얘기에 솔깃해진다.

 

조왕을 설득한 소대의 방법도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전국책와 같은 대응사령의 극단적인 예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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