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삼국지(三國志)

4. [삼국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손권

고전 읽기 2023. 1. 16. 22:00
728x90

 

『삼국지』에는 조조, 유비와 함께 오나라의 손권이란 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손권은 『삼국지』에서나 『삼국지연의』서도 앞의 두 사람에 비하면 그림자가 희미한 존재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조조와 유비는 모두가 적수공권으로 출발하여 창업 드라마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손권은 아버지와 형이 구축해 놓은 영지를 계승한 사람으로, 그가 톱 자리에 올랐을 때에는 오나라의 기반은 튼튼한 셈이었다. 요컨대 손권은 창업 드라마하고는 인연이 먼 사람이다.

 

둘째로, 조조와 유비의 싸움은 이른바 중앙권력을 잡기 위한 싸움인데도, 손권은 그 싸움에 참전하려 하지 않았다. 형에게서 물려받은 영지를 다만 안전하게 보전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수비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이 그의 인간으로서의 박력을 약하게 만든 점이다.

 

그러나 손권의 오나라는 조조가 세운 위나라나 유비가 세운 촉이 망하고 나서도 살아남는 전략에 성공한 셈이다.

 

여기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톱인 손권이 수비하는 리더로서 훌륭했기 때문이다. 손권은

 

리더로서 조조나 유비가 지니지 못한 장점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경영자세가 극히 유연했다는 점이다. 가령 조조가 공격해 오면 유비와 손을 잡고 대항했고, 유비가 공격해 오면 조조와 손을 잡고 대항했다.

 

종래의 관계라든가 안면 같은 것을 일체 무시하고 그때그때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을 전략으로 채용하여 난국을 헤쳐갔다. 이것이 살아남는데 성공한 제1의 이유다.

 

2는 부하를 쓰는 방법이다. 손권은 스스로 부하를 대하는 태도로서그 장점을 귀히 여기고, 그 단점을 잊는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부하의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본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마음씨였다.

 

조조는 부하를 쓸 때 능력주의로 채용하고 있다. 능력이 있는 자는 발탁해서 자꾸 썼지만 능력이 없다 싶으면 상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유비는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능력의 유무를 불문하고 모든 부하에게 깊은 배려를 보였고 철저한 온정주의였다.

 

유비, 조조의 경우는 각자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지만 우리가 섣불리 흉내를 냈다간 마이너스면이 강렬하게 나올 때도 있다. 조조처럼 엄격한 태도로 대하면 대개의 경우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또 유비의 온정주의는 자칫하다 조직이 해이해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손권의 그 장점은 귀히 여기고, 그 단점은 잊는다' 하는 방법은 우리가 그대로 본받아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손권이 이와 같은 태도로 부하를 대한 결과, 그의 휘하에서도 쟁쟁한 인재가 배출되어 난관을 훌륭히 극복해 갔다.

 

손권은 조조, 유비와 비교하면 평범한 존재지만 유연한 경영자세에 철저한 점이라든지 부하를 쓰는 방법이라든지 오히려 오늘의 우리에게 있어 배울 점이 많은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