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기 2023. 1. 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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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勝戰)의 계(計)

 

‘춘추오패(春秋五覇)'라고 하는 5명의 패자가 대두하여 패를 놓고 경합하던 춘추시대, 그리고 제(), (), (), (), (), (), () 7개국이 각지에 할거하고 천하통일을 목표로 한 전국시대, 진시황(秦始皇)이 죽은 후 라이벌이 되어 격렬한 전투를 펼친 유방(劉邦)과 항우(項羽), 그리고 위(), (), () 3국이 정립하여 조조(曹操), 유비(劉備), 제갈공명(諸葛孔明) 사마중달(可馬仲達)과 같은 영웅, 호걸들이활약했던 삼국시대유구한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BC 7백년 전의 예부터 광활한 국토를 무대로 수많은 국가가 흥하다간 망하고, 망했다간 다시 일어나곤 했다.

 

그 이면에는 힘과 힘, 지혜와 지혜의 모든 것을 다 기울인 전쟁의 드라마가 있으며 희비가 엇갈린 인간의 작태가 연출되어 왔다. 이 장엄한 전쟁사 속에서 뛰어난 병법서가 나오게 되었다. 일테면 손자』, 오자(吳子)』, 육도(六韜)』, 그리고 지금 소개하고 있는 36계』가 바로 그런 병법서이다. 중국식 병법의 기본은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서 무력으로서가 아니라 지략으로 이긴다는 것, 즉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이기는 것을 그 이상으로 삼고 있다36계』같은심리적' 책략의 요령을 36가지로 집대성한 것이다. 오늘날도 처세훈(處世訓)으로 혹은 경영·관리의 참고서로서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은 그 속에 쓰여 있는 하나하나가 사람의 교묘한 마음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제1 '승전의 계'부터 읽어가기로 하자.

 

1 '승전의 계'의 제1계는 '만천과해(滿天過海)'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넌다'는 책략이다.

 

사람이란 이상하게도 평소에 보아오던 것과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별로 의심을 품거나 경계심을 품지 않는다. 그러한 심리를 역이용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한 트릭에도 간단히 넘어가고 만다.

 

삼국시대의 지장(智將) 태사자(太史慈)가 성을 포위한 적의 포위망을 돌파하여 구원을 청하러 달려갔을 때도 이 책략을 교묘하게 썼던 것이다. 우선 그는 매일 아침 성에서 나와 적병이 보는 앞에서 활쏘는 연습을 한 다음,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처음에는 경계를 하고 무기를 들고 경계하는 눈치를 보이던 적병도 아침마다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더니, 나중에는 태사자의 모습을 보아도 일어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 광경을 알아차린 태사자는 어느 날 아침, 여느때와 같이 성에서 나온 후 재빨리 말을 타고 채찍질을 하며 적진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 다음 제2계는위위구조(圍魏救趙)’라는 계책이다.

 

전국시대의 얘기로 위나라 대군에게 서울인 한단(邯鄲)을 포위당한 조나라가 이웃나라인 제나라에 원조를 청했다. 그것을 받아들인 제나라의 장군 전기()가 당장 한단으로 달려가려 했는데, 이때 군사(軍師)인 손빈(孫臏)이 이렇게 충고했다.

 

“위군과 정면전쟁을 벌이면 오히려 아군의 손해가 커서 상책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군대가 전선으로 나가서 수비가 허술할 테니까 위나라의 서울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한단의 포위를 반드시 풀고 황급히 저희들의 서울로 향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매복하고 있다가 공격하는 것이 어떠신지요"

 

전기 장군은 이 계책을 받아들여 당장 위나라의 서울을 공략했다. 놀란 위군은 손빈이 예측한 대로 한단의 포위를 풀고 귀국길에 올랐다. 제나라 군은 중도에서 위군을 맞아 크게 승리를 거두었고, 동시에 조나라도 구했다.

 

2계의위위구조는 조나라를 포위한 위나라를 쳐서 조나라를 구했다는 고사(故事)에서 명명된 책략인데 ,그 취지는 강대한 적일수록 분산해서 공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예에서는 제나라가 조나라에게 구원부대를 보냈지만 만약 조나라가 눈의 가시와 같은 존재라면 위나라의 힘을 빌어 조나라를 멸망시켜 버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즉 제3계인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고 하는 책략이다. A라는 상대를 제거하려고 할 때, 자기자신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B의 힘을 빌어서 처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차도살인' 즉, 칼을 빌어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에 중점을 둔, 그야말로 중국다운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

 

4계는이일대로(以逸待勞)’라는 책략이다. ()이란 여유가 있다는 상태, ()란 피로해서 지친 상태를 뜻한다. 즉 아군은 여유를 가지고 수비를 튼튼히 하는 반면, 적이 피로해서 지치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것이이일대로라는 책략이다. 그러나 기다린다고 해서 운을 하늘에 맡기고 기다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적에게 공격의 실마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도 공격할 때는 하면서 아군의 사기를 키우며 기다리는 것이 이 책략이 성공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5 '진화타겁(趁火打劫)'은 제4계와는 반대로 공격의 작전이다. 공격이냐 수비냐 하는 판단은 적의 사기가 높으냐 도망치려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기가 높은 때는이일대로로 적이 피로하도록 유도해서 적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 일시에 공격을 개시하여 숨통을 끊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병법의 묘수인 것이다.

 

‘진화타겁’이란불이 났을 때 돌입한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서 불난 집에서 도둑질을 권하는 격이다. 더러운 방법으로 알기 쉽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정()은 금물이고 상대의 실수를 틈타서 쓰러뜨리는 것은 스포츠나 전쟁이나 그리고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방심한 틈만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공략해서 숨통을 끊어 버린다. 이것이 '진화타겁이란 책략이다.

 

1부 마지막인 제6계는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책략이다. ‘동에서 소리를 내고 서에서 공격한다' '동쪽을 공격한다'는 허위정보를 흘리고 적의 수비를 동쪽으로 유인한 다음 서쪽을 급습하는 책략으로 오래전부터 종종 써온 책략이다. 적의 병력을 분산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으며, 적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계책이다. 그러나 실수로 이쪽의 의도가 적에게 간파되어 오히려 적이 매복하면 이쪽에서 전멸당할 위험성도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의 지휘계통이 흔들려야 한다는 것이 이 책략을 성공시키는 필수조건이 된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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