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0-5. 부하의 통솔은 법술로
부하의 통솔은 법술로
한비자의 사상의 핵심은 법(法)과 술(術)이다.
한비자보다 선배인 '법가(法家)'로는 앞에 말한 진나라의 상앙과 한나라의 신불해 등이 있다. 한비자는 상앙이 주장한 「법(法)」과 신불해가 주장한 「술(術)」을 종합하여 「법술」 이론을 완성하고 이것을 국가통치의 근본원칙이라고 주장하였다.
한비자가 말하는 법이란 법령을 말한다.
'법이란 문서로 만들어 관청에 두고 백성에게 알리는 것이다.....법은 모두에게 알려야한다' (세난편)
그리고 한비자는 법이야말로 모든 백성이 지켜야 할 유일하고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했다.
‘밝은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서책(書冊)은 무용지물이다. 법 그것이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오두편)
기준으로서의 법이 철저히 완비되어 있으면 나라라는 기구도 완비된다.
군주는 그 기구의 정점에서 운용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법의 운용만 알고 있으면 아무리 범용한 군주라도 정치를 훌륭하게 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법의 운용방법이 바로 ‘술(術)’이라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다.
'술'이란 군주가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이것저것 비교하여 은밀하게 신하를 제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술은 남에게 알게 하면 안된다' (남편)
정치란 인간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주가 직접 상대하는 것은 신하이다. 따라서 이 '술'이란 신하를 조종하는 방법인 것이다.
신하를 조종하려면 우선 신하의 언행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밝은 군주는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신하가 어디 있거나 그 눈과 귀를 뻗치어 잘못을 놓치지 않고 알아낸다'. 그렇다고 군주가 자기 자신의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들을 수는 없는 것이다.
‘군주가 보기 위하여는 나라 안의 모든 눈을 이용하고, 듣기 위해서는 나라 안의 모든 귀를 이용한다' (정법편)
군주는 나라 안에 정보망을 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밀고를 장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여 얻은 신하의 언동에 관한 모든 정보는 과연 그들의 참된 모습일 수 있을까. 신하들의 위장된 언동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위장을 간파할 수 있는 '술'이 필요한 것이다.
'의심스러운 말을 하여 부하를 속여보아야 한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며 신하를 시험해 보아야 한다' (내저설편)
이렇게 시험해 보면 부하의 본성을 꿰뚫어 볼 수가 있으며 위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한비자는 말한다.
이와 같이 만전을 기하고 신하에게 일을 하도록 하면서 엄격한 근무평가 기준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그리고 신하에게 우선 계획을 제출케 하고, 그것을 근거로 일을 시킨 다음 그 일의 결과가 제출한 계획과 일치하면 상을 주고, 부족한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성과가 계획을 초과하고 있더라도 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비자가 말하는 술(術), 즉 신하를 조종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한비자는 이 '법술'을 군주가 채용하는 것만이 부국강병을 실현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하는 것이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