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어를 위한 필요악
초(楚)의 성왕(成王)은 상신(臣)을 태자로 삼았다. 그러나 그 후, 후궁 소생공자 직(職)을 태자로 책봉하고 싶어 했다.상신은 이 소문을 들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분명히 알 수 없었다. 그리하여 상신은 자기의 스승 번숭(潘崇)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확인할 수 있겠소.”
“성왕의 누이동생의 남편인 강우(江芋)를 초대하여 연회를 열고 일부러 실례되는 행동을 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번숭이 대답했다.
태자는 번숭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자 강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군. 왕께서 자네 대신에 직을 태자로 책봉하려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강우가 홧김에 한 이 말을 듣고 상신은
“소문이 사실이었군.”
하고 혼잣말로 탄식했다.
“직이 태자가 되면 동생의 신하로서 봉사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번숭이 물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네.”
“그럼 타국을 방랑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할 수 없네"
“그렇다면 큰 일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 해 보자."
그리하여 상신은 근위병을 독려하여 성왕을 공격했다. 포로가 된 성왕은, 기왕 죽을 바에는 곰의 발바닥을 먹은 뒤에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아들에게 부탁했다. 죽으면서 최고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는지, 혹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술책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상신은 허락하지 않았다. 위왕은 결국 자살했다.
의식적으로 하나의 만들어낸 행동을 하고 그에 따라 상대방의 조심성 없는 꾸밈없는 행동을 보고 그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내려고 하는 상투적인 정보수집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노골적으로 작위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 약점이 있으므로 속임수가 들통나기 쉬우며 위험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은 의식적인가, 무의식적인가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적으로 적든 많든 경험하고 있는 일이며, 때에 따라서는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이 정도의 악의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위험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는 행동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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