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義를 살리기 위한 독단
이렇게 되어 조나라는 멸망했다. 그 멸망의 원인 중의 하나는 조나라의 공공의 무례함을 들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조나라는 작은 나라이며 대국인 진(秦)과 초(楚) 사이에 끼어 있어, 군주는 계란을 쌓아 올린 것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 속에 놓여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나라 공자에게 무례한 태도를 범하는 외교적 실수를 연출했다. 이것이 조나라 왕실이 멸망한 이유라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다.
확실히 타인의 나체를 훔쳐본다는 것은 무례한 짓이며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들은 예술을 빙자하여 여성의 나체를 보러 가기도 한다. 나체 사진을 두고 예술이냐 외설이냐 하는 공방(攻防)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온갖 매스 미디어를 통하여 갖가지 나체를 우리는 볼 수가 있다.
호기심은 누구에게도 있는 것이다. 호기심에 사로잡혀 조나라 공공이 무례를 이미 저질렀다면, 숙첨이 그 핵심을 지적하여 처리 방법을 제안한 것처럼 차선책(次善策)이든 선후책(善後策)이든 결단을 내려 어떤 조처를 했어야 한다. 죽인다는 것은 확실히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내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서슴지 말았어야 한다. 물론 이 문맥에서는 하나의 비유로 생각해야 하지만...
그러나 공공은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 상황(狀況)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는지도 모르며 또 결단을 내리기가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숙첨 역시 단지 제안(提案)을 했을 뿐,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진정으로 공공을 위했다면 독단적으로 중이를 죽여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결단을 숙청도 내리지 못했다. 부인의 조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희부기의 빠른 결단에 비하여 공공과 숙첨의 우유부단과 결단의 결여가 두 사람의 몸을 망치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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