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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처세훈 (웅비의 결단학)/설득의 지혜

[한비자] 4-1 예상해야 할 반대 의견

by 고전 읽기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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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해야 할 반대의견

 

장의(張儀)의 모략


장의는 진(秦)과 한(韓)이 위(魏)와 우호관계에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제(齊)와 초(楚)를 공격케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나라의 대신을 역임한 혜시(惠施)는 제와 초와 연합을 해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일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위의 여러 신하와 위왕의 측근들은 모두 장의의 편을 들어 제와 초를 공격하는 것이 위를 위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혜시를 응원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위왕은 장의의 말을 받아들이고 혜시의 말을 물리쳤다.


제와 초를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난 다음 혜시는 위왕을 만났다.


“선생께서는 이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시오. 제와 초를 공격한다는 것은 역시 이익이 있는 일입니다. 전 국민이 한결같이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위왕이 선수를 쳐서 이렇게 말하자 혜시는 대답했다.


“잘 생각해 보지않으면 안 됩니다. 제와 초를 공격하는 일이 분명히 유리하다고 합시다. 그러나 전 국민이 모두 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니 현명한 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군요. 제와 초를 공격한다는 것이 분명히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합시다. 그런데도 전 국민이 너도 나도 유리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얼마나 어리석은 자가 많은 것입니까.


대저 모략이라는 것은 아직도 의심이 남아 있기 때문에 행해지는 것입니다. 의심이라고 하는 것은 이리저리 망설이기 때문에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 절반 정도의 사람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반 정도의 사람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전 국민이 한결같이 좋다고 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주군께서 그 절반을 잃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비자가 이런 설화를 인용하여, 윗자리에 있는 사람을 협박하여 코스변경을 강요한다는 것은 바로 그 절반의 반대 의견을 잃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듯이, 말이란 항상 절반의 반대의견을 예상하고 있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령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할 때의 그 의미도 그러한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고, 어디서 의미를 찾을 것인가도 그러한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예사로 넘겨버릴 수 없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여성의 지위가 강해졌다고나 할까, 월급쟁이 남편 알기를 마치 봉급전달자로 착각하는듯한 풍조가 생겨나는 일이다.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위해 봉사해 온 남편이 나이 들어 막상 정년퇴직이라도 할 상황이 되면 인정사정없이 돈주머니를 움켜쥐고 남편을 구박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편의 권위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수십 년 동안을 함께 살아온 그 생활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느 날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팽개쳐지는 깨어진 그릇보다 못하단 말인가.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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