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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장자(莊子)

1. [장자] 발상과 전환

by 고전 읽기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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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란 책은, 재미를 따지자면 더할 나위 없는 책으로, 다른 고전에 없는 매력이 넘쳐흐른다. 그 까닭의 하나는 이 책이 현저하게 문학적이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른 고전은 대개가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딱딱한 인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자』에서는 비유(比喩)와 우화가 자주 인용되고 있어, 이론적인 책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인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고, 또 그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둘째로, 내용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른 고전이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를 주창하고 있는 데 대해서, 『장자』는 그 현실로부터 초월할 것을 주창하고 있다. 해탈(解脫)의 사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세속적인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견해, 세속적인 가치관을 초월한 생활태도, 이런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장자』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몇몇 중국 고전 중에서도 유달리 이색적이다.

 

군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장자』 풀어보기로 하자. 우선 권두에서 설명하고 있는, 유명한 붕()이라는 큰 새에 관한 설화이다.

 

까마득히 먼 북쪽 바다에 곤()이란 물고기가 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몇 천리나 되는지 잴 수도 없는 크기이다.

 

이 곤이 변신하면 붕이란 새가 된다. 몇 천리인지도 모를 정도로 큰 몸, 날개를 펼치고 날면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가려진 것처럼 느껴진다. 바람이 불고 바다가 거칠어지는 계절이 오면 붕은 먼 남쪽 바다를 향해서 날아간다.


『제해()』는 책에는 여러가지 기괴한 얘기가 기록되고 있는데, 그 책 속에서 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붕이 남쪽 바다로 향할 때, 바다의 넓이 3천 리에 날개를 날아오르며, 바람을 타고 9만 리나 높이 올라간다. 그리고 6개월 동안 남쪽 바다를 향해 쉬지 않고 날아간다"


지상에는 아지랑이가 서리고 먼지가 떠돈다. 이는 생물의 입김으로 내뿜은 것 때문이다. 그래도 하늘이 파랗다고 하겠는가. 끝없이 먼 거리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일 뿐이다. 9만 리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붕의 눈에는 이 지상의 빛깔 또한 파랗게 보인다.

 

물이 깊게 괴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수가 없다. 마루바닥 패인 곳에 한 잔의 물을 엎지르면, 지푸라기 정도는 뜨지만, 거기에 잔을 놓으면 뜨지 않고 잔이 바닥에 닿는다. 하늘을 날 때도 이와 마찬가지로, 바람 쌓인 것이 두껍지 아니하면 큰 날개를 띄울 수 없다. 그러므로 9만 리 높이 올라가야 붕의 날개가 비로소 바람의 힘을 타고 견디게 된다. 그래야 붕은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고 남쪽을 향해 날아가게 된다. 매미와 비둘기가 그러한 붕을 비웃으며 말한다.

 

“느릅나무와 참빗살나무의 가지에 앉으려 해도 제대로 앉지 못하고 땅에 떨어지는 수가 있는데, 어떻게 9만 리나 높이 올라가서 남쪽으로 가겠다는 것인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공연한 짓이다"


여행을 할 때 교외로 가는 정도라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만으로도 돌아올 수 있지만, 백 리까지 가려면 하룻밤 걸려 곡식을 찧어야 하며, 천 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이 작은 날짐승들이 어찌 큰 붕의 여행을 알랴.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수명은 긴 수명에 미치지 못한다. 어떻게 그런 일을 알겠는가.

 

조균(朝菌)은 밤과 새벽을 모르고, 매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이것이 짧은 수명이다.


()나라 남쪽에 명령(冥靈)이란 나무가 있었다. 5백 년 동안은 잎이 피고 자라는 봄이고, 5백 년 동안은 잎이 지는 가을이다. 아득한 옛날 대춘(大椿)이란 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는 8천 년 동안은 봄이고 8천 년 동안은 가을이었다. 그런데 7백 년을 산 팽조(彭祖)라는 사람을 두고 장수했다고 하는데,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대체로 이런 내용의 얘기로 시작된다. 말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붕을 비웃는 매미와 비둘기는 세속적인 가치관을 가진 대표자들이다. 이에 비하여 하늘을 나는 붕의 모습은 『장자』가 말하는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상징한 것이다.


『장자』를 읽으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온 것이, 사실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보다 눈을 크게 뜨면 더 큰 진실을 볼 수 있다고 발상하는 방법을 전환시켜 주는 책이 『장자』인 것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의 야릇한 매력을 풍기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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