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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장자(莊子)

4. [장자] 잊어버리는 것은 효용

by 고전 읽기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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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쓰는 말로 '무심(無心)의 경지'라는 말이 있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깨끗이 잊고 맑은 정신이 되어야 어떤 사태에 처해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을 지니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무심의 경지'를 『장자』에서는 좌망(坐忘)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장자』에는 공자와 안회顔)의 다음과 같은 좌망문답을 소개하고 있다.


어느 때 안회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말했다.


“저의 수양도 꽤 진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가"


“저는 인의(仁義)를 잊을 수 있게 되었읍니다"


“아, 그건 잘되었다만, 아직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후에 안회는 다시 공자에게 말했다.


“저는 그로부터 한층 진보 하였습니다”


“그래? 그게 무슨 뜻인고…”


“저는 예악(禮樂)을 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좋아, 좋아. 그러나 아직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로부터 몇 십일이 지나서, 안회는 다시 공자에게 말했다.


“저는 다시 진보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고……"


“저는 좌망(坐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좌망?


공자는 깜짝 놀란 태도로 새삼스럽게 반문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오체(五體)로부터 힘을 빼고 모든 감각을 없앤 다음, 몸과 마음을 허()하게 만들어 ‘도’의 작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의 작용을 받아들이면, 시비선악(是非善惡)의 감정에 사로 잡히지도 않고 도와 더불어 변화하여 무한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자네는 거기까지 진보했다는 건가. 나도 늦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것이 유명한 공자와 안회의 좌망 문답인데, 요컨대 좌망이란 ‘무심의 경지' 즉 잡념을 제거한 상태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것을 더욱 자세히 설명한 것이 역시 공자와 안회의 다음과 같은 문답이다.


어느 때 안회가 공자에게 물었다.


“언젠가 깊은 연못을 배를 타고 건너간 적이 있는데, 사공이 배를 저어 가는 솜씨가 마치 신들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그 훌륭한 솜씨를 누구나 익힐 수 있느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그 사공은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면 당장 가능하다고 하면서, 잠수에 능한 사람이면 배를 처음 대하는 사람도 당장에 저을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뜻을 물었읍니다만 아무 대꾸도 해주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일입니까?"


공자는 안회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있다.


"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면 금방 가능하다는 것은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수에 능한 사람이면 금세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연못이나 물이 똑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앞에 어떤 사태가 발생해도 마음이 흩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태연자약한 태도로 대처할 수가 있다.


노름을 예로 들어보자. 기왓장같은 별로 가치 없는 것을 걸었을 때는 잘 풀리지만, 장식품과 같은 약간 값진 것을 걸고 하면 마음이 흔들리고, 황금과 같이 비싼 것을 걸고 하면 마음이 떨리게 된다. 솜씨는 변함없이 같지만, 아까워하는 기분이 들면 들수록 마음도 더욱 흔들리게 된다”


의식이 전혀 없이 무엇에도 마음을 뺏기지 않는 상태,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모든 고정관념에 좌우되지 않고 허심(虛心)하게 유동하는 정세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도자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기 자신을 무심(無心)의 경지, 무아(無我)의 상태에 놓아둘 필요가 있다. 즉, '좌망'의 경지를 터득함으로써 비로소 그릇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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