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논어] 앞을 내다보는 생활태도

 

그러나 공자만이 고생을 체험한 것은 아니다. 고생한 사람이야 많겠지만 공자가 위대하다는 것은 고생을 할망정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고 비굴하지 않은 채 오로지 앞을 내다보는 자세로 믿음직스럽게 살아간 데에 있다.

“나, 십오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삼십에 자립했노라. 사십에 당혹하지 않게 되었으며, 오십에 천명(天命)을 알았다. 육십에 만물의 이치를 깨달았으며, 칠십에 마음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도를 넘었다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五十而知天命․ 六十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이것은 공자의 일생을 요약한 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르면 15세 때 학문으로 입신양명하려고 뜻을 두었다. 즉, 인생의 목표를 15세에 설정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립하여, 사회인의 입장이 된 것은 30세였고, 40이 되어서야 겨우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공자가 살던 시대의 40세는 현재의 60세에 해당될는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자는 당혹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공자는 처음부터 깨달은 사람이 아니라 우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하여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단련해 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는 만년이 되고난 뒤에 정치에 대해 단념하고, 오로지 제자 교육에 힘을 기울였는데, 그는 교육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 이제 불과 한 발짝을 남겨놓고 머뭇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나는 힌트를 주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머리에 가득한데도 잘 표현할 수가 없어 안타까와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도움을 주지 않겠다. 한 가지를 가르쳐 주면 당장 열 가지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그 이상의 지도는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즉 교육이란 우선 본인의 자발성과 향상하고자 하는 의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자발성을 남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공자다.

공자의 74년의 생애는 불우의 연속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불우한 환경에서 살았으면서도 괴로움에 꺾이는 일 없이 의연하게 앞을 향한 자세를 관철하면서 자기개발을 잊지 않았던 것이 공자의 생활태도였다.

만년에 있었던 일이다. 여러 나라를 유세하던 중에, 공자 일행은 적국(敵國) 병사들에게 포위되어, 들판에서 꼼짝못하게 되었다. 식량도 떨어지고 주림과 피로에 지쳐 쓰러질 직전에 있었다. 그러나 오로지 공자만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자로가 초조한 나머지 공자에게 불평을 했다.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

선생은 평소에 군자가 어떻고, 뭐가 어떻다면서 그럴듯한 말만 했는데 그토록 높은 군자도 이런 난관에 빠지는 경우가 있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군자란 훌륭한 인물이고 소인이란 쓸모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군자도 물론 난관에 부딪칠 때가 있다. 그러나 군자는 난관에 처해도 태연하지만 소인은 곧 갈팡질팡한다”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고 한다.

복싱 선수 중에 맷집이 좋은 선수가 있다. 맞으면 맞을수록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이 솟는다고 한다. 결국엔 때리던 상대가 지쳐서 제물에 떨어진다. 역경에 강한 사람은 맷집 좋은 복싱선수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 공자의 생활 방법이 바로 그 전형(典型)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공자는 역경을 극복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크고 늠름한 인간으로 단련해 갔다.

공자는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강하기만 한 사람인가 하면, 꼭 그런 것 만도 아니었다. 강하고 엄격한 이면에 말할 수 없이 따뜻한 면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공자의 인간상에 대해서 제자들은 다음과 같은 뜻의 얘기를 전해 주고 있다.

“인품이 온화하면서도 엄격하며 위엄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위압감이 없고 예의가 바르면서도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가까이 갈 수 없는 위엄이 있다. 친근하게 접하고 보면 그 따뜻한 인품이 전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말을 음미해 보면 그 말의 엄숙함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균형이 잡힌 부드러운 인간상이 떠오른다.

공자는 또 어떠한 경우에 처해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술(術)을 터득한 것 같다. 『논어』 속에도 ‘사생활에서의 공자는 스스럼없는 사람이었다'라고 평한 말을 발견할 수 있다.

풍족하지 못한 생활 속에서 이렇듯 매력이 풍부한 인간상을 형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 공자의 위대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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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