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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정관정요(貞觀政要)

3. [정관정요] 우선 자신부터 바르게 하라

by 고전 읽기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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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논어』에, '그 몸이 바르면 명령 없이도 행하지만, 그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이 있어도 따르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것을 현대식으로 풀면 '자기의 행동이 올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실행하지만, 옳지 못하면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따르지 않는다'는 뜻으로서, 이 말은 어느 시대에서든지 간부와 톱은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간부나 톱의 일거수 일투족은 항상 부하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와 같은 입장에 있는 자가 부하 앞에서 적당한 태도와 행동을 나타내면, 곧 부하의 사기에 영향이 미치고 나아가서는 조직이 붕괴하게 될지도 모른다.


태종은 이런 점에서도 엄격하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관정요』다음과 같은 문답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때 태종은 중신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군주란 무엇보다도 백성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 백성을 착취하여 호사스런 생활에 빠진다는 것은 마치 제 발에 붙은 살을 베어내서 고기로 먹는 것과 같아서 배를 가득 채우고 나면 그와 동시에 몸을 지탱할 수가 없다.


천하의 안태(安泰)를 원한다면 우선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몸은 곧게 서 있는데 그림자가 굽어졌다든가 군주는 훌륭한데 백성들이 나빴다고 하는 예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몸을 망치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본인의 욕망이 원인이라고. 언제나 진수성찬을 먹고 음악과 여자에 빠진다면 욕망의 대상은 끝없이 펼쳐질 것이고 그에 소요되는 비용도 막대하게 된다.


이래서는 정치에 집중할 수 없고 백성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된다. 거기다 군주가 도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한마디라도 하면 백성의 마음은 흔들려서 반란을 기도하는 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그런 일에 생각이 미치게 하여 나 자산의 욕망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측근인 위징이 말을 이어받아서 이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성인이라고 숭배받은 군주는 모두가 그런 일을 하였습니다.그래서 이상적인 정치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초(楚) 나라의 장왕이 첨하(詹何)라는 현자(賢者)를 초빙하여 정치의 요체를 물었더니 첨하는, 우선 군주의 자세부터 바르게 고쳐야 합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장왕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거듭 물어보았더니 첨하는, 군주가 자세를 바르게 잡고 있는 나라가 상하는 것을 보았습니까’하고 대답할 뿐이었습니다.지금 폐하께서 하신 말씀과 첨하가 한 말을 비교해 보니 황제께서 하신 말씀과 첨하가 한 말이 같습니다.


태종은 이러한 각오로 정치에 임했고, 솔선하여 스스로의 자세를 고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것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은 남는다. 어느 때 태종은 위징에게 그 고민을 들려준 적이 있다.

 

"나는 항상 몸을 빠르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옛 성인을 따르지 못하겠소. 세상 사람의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바심이 나는구려."


위징은 이렇게 말하면서 위로해 주었다.


“옛날 노나라의 이공(哀公)이 공자를 보고 세상에는 건망증이 얼마나 심하던지, 이사를 가면서 하필이면 자기 아내를 놓아두고 간 사람이 있었다네 하고 얘기했습니다.그랬더니 공자는 폭군으로 유명한 걸()과 주() 같은 사람은 아내는 고사하고 자기의 몸까지도 잊었다고 합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폐하께서도 그런 점에 유의하십시오. 그것만 조심하면 적어도 후세 사람의 놀림거리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위징의 얘기를 듣고 태종은 큰 감명을 받았다.


톱이 솔선해서 자기의 몸을 단정하게 가지면 부하도 배워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정도만 가지고도 조직은 훨씬 긴장하게 된다. 이것이 제왕학의 제2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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