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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정관정요(貞觀政要)

5. [정관정요] 자기 컨트롤을 철저하게

by 고전 읽기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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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황제는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으며 마음만 먹으면 신하를 파면하거나 미녀를 정복하거나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좋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면 당장 폭군으로 전락하고 만다. 명군이 되려면 남보다 엄격한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정관정요의 다음과 같은 얘기이다.


어느 때 중신들이 태종에게 말했다.


“예로부터 여름이 끝날 때는 높은 전각에서 살라고 했습니다.지금 더위가 물러가기도 전에 벌써 장마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궁중은 습기가 높고 옥체에 장해가 생기게 됩니다. 빨리 높은 전각을 짓고 옮기셔야 합니다.'
황제로서 전각 하나 짓는 것쯤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지만 태종은 이렇게 말했다.


“아는 바와 같이 나는 신경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 병에 습기가 나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대들의 말대로 전각을 새로 지으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옛날 한문제(漢文帝)가 전각을 지으려다가 그 비용이 보통 집 열 채를 짓는 것보다 더 든다고 해서 중지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문제와 비교해 볼 때 덕이 훨씬 미치지 못하는데 쓰는 비용이 더 많다고 하면 백성의 부모라고 할 수 있는 천자로서의 자격을 잃는다.


중신들은 몇 번이고 간청했지만 태종은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톱으로 끝나려면 이와 같은 자기 컨트롤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준 이상의 톱이 되고 싶으면 강한 의지력으로 자기 컨트롤에 철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원칙은 공적인 생활에서만이 아니라 사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종의 취미는 사냥이었다. 이것은 취미인 동시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사냥마저도 마음대로 즐길 수 없었다. 중신들이 찾아와서 사냥에 대해 간하기 때문이었다.


“만승(萬乘)의 군주이시니 사냥과 같은 위험한 일은 중지하셔야 합니다. 만일의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십니까. 개인적인 즐거움을 삼가하시고 정치에 전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시의 사냥이란 지금의 골프 정도에 해당될 것이다. 가끔 즐기는 골프 정도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황제란 얼마나 답답한 생활을 해야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태종의 다음 황제, 3대째 황제를 고종(高宗)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태종과는 달리 평범한 사람이었다. 황후인 측천무후(則天武后)에게 쥐어 지내느라 꼼짝 못하는 신세의 황제로 끝난 사람이다.


이 고종 때, 어느 지방에 몇 백 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한 집에서 사이좋게 사는 집이 있었다. 아무리 옛날이라고는 하지만 당시의 중국 사회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어서 어느 날 고종이 지방 순행을 하다가 그 집에 들러 가족이 화합하는 비법이 뭐냐고 물었다.


그 집 주인은 종이와 붓을 가져오게 하더니 '()'자를 백 개 이상 써서 내주었다고 한다. 대가족이 화합하는 비결은 참을 인(忍)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는 뜻이다. 그것을 본 고종은 이제야 내 뜻을 알아주는 자가 나왔다고 생각해서인지 큰 상을 내리고 칭찬해 주었다.


나라의 최고 책임자인 황제는 마치 만능()의 입장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이 인(忍) 자가 가장 요구되는 지위이며 고종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참음'에 의한 자기 컨트롤이야 말로 지도자가 우선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할 제왕학의 제4의 조건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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