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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정관정요(貞觀政要)

6. [정관정요] 태도는 겸허하고 말은 신중하게

by 고전 읽기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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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주공단(周公旦)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백금(伯禽)이란 그의 아들이 노나라 왕에 봉해졌을 때 이렇게 말하며 훈계했다.


“나는 재상으로 있으면서 사람의 방문을 받으면, 식사를 하다가도 중단하고 만나주었으며, 예의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고도 미처 보지 못한 것은 없는지, 우수한 인재를 뺏기지나 않는지 늘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너도 노나라에 가면 아무리 왕이라 해도 오만불손한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겸허는 어떠한 입장에 놓인 사람에게도 필요한 조건이며 특히 남의 윗자리에 있는 지도자에게는 불가결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당태종은 이 점에 대해서도 스스로 엄하게 다스리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관 정요』에 다음과 같은 문답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때 태종이 중신들에게 말했다.


"
황제가 되면 남의 멸시를 당하지도 않고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항상 하늘을 두려워했고 신하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며 겸허한 태도로 행동했다. 황제가 겸허한 것을 잊고 교만한 태도를 취하면, 가령 정도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그 과오를 지적해 주는 자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는 한 마디 하려고 할 때, 또는 행동을 실천하려고 할 때, 반드시 하늘의 뜻에 어긋나지나 않았는가, 그리고 신하들의 생각에 맞는가를 나 스스로 물으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늘이 아무리 높은 곳에 있다고 해도 저 밑바닥의 일까지 샅샅이 알고 있으며, 신하들은 끊임없이 군주의 행동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겸허한 행동을 취하면서도 나의 행동이 하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가, 백성의 뜻과 일치하는가를 반성하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옆에 있던 위징이 덧붙여서 말했다.


“옛날 사람도, 처음에는 잘 하다가도 끝에 가서 왜 나빠지는가 하고 노래한 것이 있습니다.폐하께서도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항상 겸허한 행동과 냉철한 반성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간청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오래도록 번영하고 멸망의 비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태종은 스스로 훈계했듯이 죽을 때까지 겸허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 또한 명군이란 칭찬을 듣기에 충분한 이유의 하나였다.


또 톱은 머리를 숙이며 겸허해야 할 뿐 아니라 언어까지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중국 고전에 ‘윤언여한(綸言如汗)’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윤언이란 천자의 말이란 뜻이다. 그것이 땀과 같다는 뜻이며, 땀이란 일단 체
내에서 밖으로 나와 버리면 다시는 체내에 들어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천자도 일단 입 밖으로 뱉은 말은 다시 걷어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천자는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는 뜻이다. 태종이야말로 이것을 가장 깊이 깨달은 군주였다. 그의 스스로 반성하는 말을 들어 보기로 한다.


“남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일반 서민이라도 남과 얘기할 때 조금이라도 상대의 비위를 거슬리면, 상대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보복한다. 하물며 만승의 천자라는 자가 신하에게 말을 할 때에는 조그마한 실언도 용납되지 않는다. 가령 사소한 실언이라도 그 영향은 대단히 커서, 서민이 실언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나는 이 점을 항상 명심했었다.


수양제(隋易帝)가 처음으로 감천궁(甘泉宮)이란 궁으로 갔을 때, 정원이 마음에 들었지만 아쉽게도 반디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등불 대신에 반디를 잡아다가 연못에 띄워 놓으라고 명했다. 담당 관리는 인부 수천 명을 풀어서 반디를 잡아, 수레 5백 대분의 반디를 보냈다고 한다. 사소한 일도 이런 형편이니 하물며 천하의 대사가 벌어지면 그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일 것이 분명하다. 군주는 항상 명심해야만 한다.


태종은 항상 이와 같은 마음으로 신하를 대했다. 겸허한 태도, 신중한 발언은 제왕학의 제5의 조건이다


이상 『정관정요』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제왕학의 조건이라는 것 몇 가지를 설명했다. 당태종은 이런 조건을 자신이 깨우치므로 해서 역사적인 명군으로 존경을 받게 되었거니와 비범한 그가 걸어 간 길을 걷고자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이 조건들을 오히려 노력의 목표로서 마음에 새겨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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