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孫吳)의 병법'이라고 할 정도로 『손자』와 함께 나란히 놓을 수 있는 병법서에 『오자(吳子)』라는 병법서가 있다. 『오자』의 저자는 오기(吳起)라는 사람으로 약 2천 5백년 전 위(魏)나라에서 살던 장군이다. 이 오기에 관한 기록에서도 리더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몇 가지 중요한 것을 얻어 낼 수 있다.
오기가 섬긴 위나라의 왕을 무후(武候)라고 했다. 어느 때 이 무후가 신하를 모아놓고 회의를 열었는데 무후보다 훌륭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무후는 퇴청할 때 의기가 양양했다. 그것을 보고 오기가 앞으로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전에 초나라의 장왕이 신하와 회의를 열었을 때 장왕보다 훌륭한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무를 끝내고 퇴청할 때 장왕은 슬픈 얼굴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신공(公)이란 신하가 왜 슬픈 얼굴을 하고 계십니까 하고 물었는데, 장왕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떤 시대에도 성인이 있으며, 어떤 나라에도 현자가 있다. 성인을 찾아서 스승으로 모시면 왕이 되고 현자를 찾아서 친구로 삼으면 패자가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지금 훌륭한 부하를 찾지 못했으니 이 나라의 앞날이 어떻게 될는지 걱정이 되어서 그러네'
장왕은 이처럼 신하의 무능을 슬퍼했습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그것을 기뻐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앞날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역시 무후도 부끄러워했다. 톱이 된 자는 모두 겸허하고 결코 독불장군이 되지 말라고 오기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또 이런 얘기도 있다.
무후가 배를 타고 서하(西河)라는 강을 건넜을 때의 일이다.
“아, 참으로 훌륭한 우리나라의 지형을 보라. 이거야말로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하고 무후가 말하자 오기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다릅니다. 나라의 보배는 지형의 좋고 나쁜 것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위정자의 덕(德)이야말로 나라의 보배입니다. 가령 우리 왕께서 덕을 쌓지 못했다면 지금 이 배를 탄 사람까지 모두 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무후의 마음을 살피며 간했다고 한다. 톱에게 덕이 부족하다면 부하가 따르지 않는다. 이 또한 당연한 말이다. 이와 같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후에게 간언 했다.그럼 오기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오기는 장군이다. 장군은 부하를 거느리고 전장(戰場)에 임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병사 각자가 마음이 제각기 다르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어느 때 한 병사가 진중에서 부스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오기가 그 광경을 보고 얼른 다가가서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는 통곡을 했다. 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어머니는 대답했다.
“지난해 오기 장군은 그 애 아버지의 고름도 빨아주었습니다.그 후에 애 아버지는 오기 장군을 따라 전장으로 가서 충성을 바치느라고 전사했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그렇게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제 그 애의 운명도 결정된 것입니다."
오기는 이런 정도까지 부하를 생각해 준 장군이다. 고통을 부하와 나누어 가짐으로써, 부하는 상사를 따르게 된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현대의 리더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하겠다. 오기는 현대의 리더에게도 모범이 되는 사람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 > 사기(史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사기] 범려의 훌륭한 보신술 (0) | 2023.01.11 |
---|---|
4. [사기] 인심을 모은 협객들 (0) | 2023.01.10 |
2. [사기] 초나라 장왕의 배짱 (0) | 2023.01.08 |
1. [사기] 간부는 역사를 알아라 (0) | 2023.01.07 |
0.사기에 대하여 (0) | 2023.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