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말한 것은 손자였다. 적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강제로 병력을 진격시키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그래서 적이 어떻게 하나를 알기 위해 자주 쓰이고 있는 것이 상대의 마음을 떠보는 책략이다.
이것은 반드시 전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섭과 설득하는 일에도 종종 이용하는 묘수다.
제13계인 타초경사(打草警蛇)' 즉 '풀을 두들겨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대의 모습을 엿보는 책략이다.
다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뱀을 건드리는 대신 풀을 쳐서 뱀을 유인해 낸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주모적인 거물을 검거하기 위해서 주변의 조무래기부터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해 가는 방법이 바로 이 책략의 예다.
제14계는 차시환혼(借屍還魂)’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용가치가 있는데도 버림을 당한 듯한 예가 적지 않다. 거기에 눈독을 들여서 자기 방어와 세력확대의 도구로서 이용하는 책략이 바로 이것이다. '차시환혼’ 즉 ‘시체를 빌어서 혼을 돌아오게 하다' 참으로 그럴듯한 타이틀이 붙은 셈이다.
가령 『삼국지』의 영웅 중의 한 사람인 위나라의 조조는 권모술수가 대단히 능한 사람으로서 불우한 입장에 처한 당시의 황제를 자기 본거지로 맞아들여서 세력확대의 도구로 이용했다.
다음 제15계는 ‘조호리산(調虎離山)’ 즉, '호랑이를 조종하여 산을 떠나게 한다'는 책략이다.
호랑이는 산속에 있으면 천하무적이지만 평지로 유인해 내면 산속에서 보다 훨씬 잡기가 쉽다. 그와 마찬가지로 요새에 진을 치고 있는 강적을 밖으로 끌어내서 치는 것이 바로 이 ‘조호리산'의 책략이다. 단, 상대가 호랑이라면 몰라도 사람인 경우에는 끌어내는데 웬만큼 교묘한 트릭을 쓰지 않는 한 걸려들지 않는다. 그 수의 상하에 따라 이 책략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결정된다.
제16계는 욕금고종(欲擒姑縱)’이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격으로 피할 길을 막아놓고 공격하면 상대도 결사적으로 반격을 한다. 오히려 도망하도록 놓아두면 자연히 세력이 떨어져서 편안히 토벌할 수가 있다. ‘잡고 싶으면 잠시 놓아두라' 이것이 ‘욕금고종’의 책략이 뜻하는 것이다.
이것을 그대로 실천한 예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이었다. 공명은 남방 이민족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주모자인 맹확(孟攫)을 일곱 번 체포했다 일곱 번 풀어주었다. 인망이 있는 맹확을 치면 반란군은 한층 단결하여 반격해 올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래서 생포했다가는 풀어주고, 그때마다 자기 군세를 보여주며 언제라도 공격해 올 테면 오라는 식으로 일곱 번을 풀어주었던 것이다. 이윽고 맹확이 공명에게 굴복하여 다시는 배신하는 일이 없을 거라며 마음속으로 복종할 것을 맹세했다고 한다.
이것이 공명의 유명한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고사인데, 이 '욕금고종’의 책략은 그대로 인간관계에도 적응할 것이다. 가령 『채근담』이란 고전은 인간관계의 교묘한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을 쓸 때, 아무리 해도 부리기가 힘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잠시 방관했다가 상대의 자발적인 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시끄럽게 간섭해서 상대를 고집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대응방법 역시 ‘욕금고종’과 같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제17계는 포전인옥(抛礡引玉)’ 즉 ‘벽돌을 던져서 구슬을 끌어낸다’는 것으로, 어지러운 방법을 구사하여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생각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는 책략이다. 상대를 달콤한 미끼로 낚은 다음 친다는 작전이다. 이 작전을 성공시키는 포인트는, 미끼가 미끼로 보이지 않게 하는 데에 달려 있다. 맛있는 미끼일수록 걸려드는 대어(大魚)가 많다. 미끼에 걸려드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미끼가 아닐까 하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냉정한 판단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순자(荀子)』에서도 ‘이(利)만 보고 그 해를 돌이켜보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훈계가 있거니와 눈앞의 이익이 눈을 어지럽게 하더라도 그 이면에 숨어있는 해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제18계는 금적금왕(擒賊擒王)’이다. 즉 ‘적을 잡으려면 먼저 그 왕을 잡으라’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왕, 즉 주력과 중추부를 쳐서 적 그 자체를 괴멸시키는 작전으로, 이것 역시 작전의 한 철칙이다. 동시에 하나의 처세술로서도 훌륭하게 통용되는 지혜다.
사물에는 급소라는 것이 반드시 있다. 분규가 일어나서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 포인트만 찾아가면 의외로 간단히 해결할 수가 있다. 결국 그렇게 생각하면 우선 급소를 발견해서 거기서부터 공격해야 한다. 또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지니고 있다. 거기를 공략하면 교섭이나 설득을 스무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금적금왕'이 말하는 심리작전인 것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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