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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처세훈 (웅비의 결단학)/상황판단의 지혜

[한비자] 3-10 상황 전환을 시키는 비법

by 고전 읽기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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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전환을 시키는 비법


‘인간이 만들어내는 상황’을 주장한 한비자는 그런 사상에 입각하여 몇 가지 예화(例話)를 들고 있다.


위(魏)나라 왕의 두 신하는 위나라 귀족 제양군(陽君)과 마음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제양군은 일부러 왕의 명령을 위조케 하여 자기를 공격하도록 공작을 했다. 제양군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위나라 왕은 사자를 보내 제양군에게 물었다.


“누구와 원한이 있었는가?”


“누구와도 원한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전에 그 두 사람과 어색한 관계가 된 일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될 정도는 아니 없습니다"


제양군의 대답을 전해 듣고 위왕은 측근들에게 제양군의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사실입니다"


측근들이 이렇게 대답했으므로 위왕은 두 신하를 사형에 처했다.


제양군(齊陽君)에게 젊은 가신(家臣)이 있었다. 아직 제양군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는 제양군을 가까이서 모시면서 총애를 받고 싶었다. 마침 제(齊)나라 왕이 늙은 유생(儒生)을 보내 마리산(馬梨山)에서 약초를 캐게 하고 있었다. 제양군의 젊은 가신은 공을 세울 기회라고 생각하고 제양군을 뵙기를 청했다.


“제나라 왕은 늙은 유생을 파견하여 마리산에서 약초를 캐고 있습니다. 명목은 약초를 캐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실은 우리 위나라를 정탐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군께서 그를 죽이지 않으면 첩자에게 비밀을 누설했다는 누명을 쓰게 될 것이며 그 유생은 그것을 이유로 내세워서 제나라 왕으로부터 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제가 그 늙은 유생을 죽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제양군이 승낙했기 때문에 젊은 가신은 다음 날 성 북쪽에서 제나라의 늙은 유생을 칼로 찔러 죽였다. 그리하여 제양군은 젊은 가신을 발탁하여 친밀하게 대해 주었다.


초(楚)나라 왕이 진(秦)나라에 사신을 파견했다. 진왕은 그 사신을 후하게 접대했다.


그러나 진왕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적국에 현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다. 초나라 왕이 보낸 그 사자는 대단한 현인이다. 그 때문에 나는 고민이다"


그러자 신하들이 진언했다.

“왕께서 성명(聖明) 하시고, 우리나라에는 풍부한 자원이 있는데 어찌 초나라 왕 밑에 있는 현인을 부러워하십니까, 오히려 그와 한층 교분을 두텁게 하고 친밀한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초나라에서는 그가 우리나라에 매수되었다고 생각하고 반드시 사죄(死罪)를 내릴 것입니다"


서수(犀首)의 공손연(公孫衍)은 천하의 명장으로 이름이 높았거니와 위(魏)나라 혜왕(惠王)의 가신(家臣)이었다. 진(秦)나라 혜문왕(惠文王)은 가능하면 공손연을 데려다가 함께 진나라를 다스리고 싶었다. 그러나 공손연은 혜문왕의 청을 거절했다.


"나는 위나라 혜왕의 가신입니다. 위나라를 떠나서는 안됩니다"


일 년이 지났다. 공손연은 어떤 일로 위나라 혜왕의 미움을 사서 진나라로 도망했다. 진나라의 혜문왕은 공손연을 크게 우대했다.


화리질(樗里疾)은 진나라 장군이었다. 그는 천하의 명장으로 이름이 난 공손연이 자기 대신 장군에 임명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그래서 화리질은 혜문왕이 평소 비밀 이야기를 하는 방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과연 얼마 후 혜문왕은 그 방에서 공손연과 상의를 하는 것이었다.


“한(韓)나라를 공격하고 싶은데 그대 생각은 어떤가?”


“가을에 공격하면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나는 우리 진나라의 큰 일에 대하여 그대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오. 그러나 이 말은 우리 둘만 알고 결코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되오"


공손연은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그때 화질도 구멍을 통하여 이 얘기를 모두 듣고 있었다.


얼마 후 혜문왕의 시종들은 얘기를 하게 되었다.


"금년 가을에 우리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한나라를 공격한다고 한다. 공손연이 장군이 된다는 거야"


그날 중으로 조정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며칠 지나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이 알게 되었다. 혜문왕은 화리질을 불러서 물었다.


“왜 이렇게 떠들어 대는 거냐.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얘긴가.”


"공손연으로부터 나온 얘기인 줄 압니다."


화리질이 시치미를 떼고 대답했다.


“나는 그런 얘기를 공손연과 한 일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공손연이 그런 얘기를 한단 말인가"


“공손연은 지금 우리 진나라에 와서 살고 있지만 최근에 위나라 혜왕의 미움을 사서 도망쳐 왔습니다. 아마도 불안하고 고독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말에도 일리는 있다.”


혜문왕은 사자를 보내서 공손연을 불렀지만 공손연은 이미 다른 제후국으로 도망치고 없었다.


윗사람이 배워야 할 본보기

 

이 이야기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야기이다. 한비자는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와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한 본보기로써 이 설화를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악의(惡意)는 그야말로 한비자가 좋아할 것 같고,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인간의 자기 방위를 위한 최후의 거점임에 틀림없다.


이를테면 한비자는 이렇게 말한다.


법률은 그것에 의해 사물을 제약하는 것이며, 사물은 그것에 의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법률을 세우려 하면 그 어떤 점(點)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를 계산하여 난점이 있더라도 일을 성취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면 그것을 세워야 한다.


일을 성취하려면 거기에는 어떤 일이든 폐해(弊害)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정도를 계산하여 폐해보다 효과 쪽이 크다는 것을 알면 그것을 단행해야 한다. 난점(難點)이 없는 법, 폐해(弊害)가 없는 효과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일은 반드시 나쁜 측면을 가지고 있다. 나쁜 일의 이면에는 반드시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 끊임없이 그 두 가지 측면을 주시하면서, 인간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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