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고 싶으면 먼저 주어라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는 직선적인 행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목적을 향하여 일직선으로 돌진하며 벽에 부딪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억지로 밀어붙이면서 중앙 돌파를 시도하려는 면이 많은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일을 성공시키는 면도 많으므로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또한 마이너스의 면도 크다.
첫째, 언제나 전력 질주를 하는 만큼 여유가 없다. 힘을 다 쓰고나면 그 순간부터 속력을 잃고 말 염려가 있다. 상승도 빠르지만 하락도 빨라서 지속력이 모자라는 흠이 있다.
둘째로, 그러한 우리의 주위에는 느긋하게 경치라도 바라보면서 마이페이스로 달리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중앙 돌파 방식은 그런 사람들을 제치며, 때로는 떠다 밀면서라도 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주위에서는, 저 녀석은 뭐야! 하는 시선을 모으게 되는 수도 있을 것이다.
막무가내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주위를 잘 살핌으로써 쓸데없는 마찰을 피할 생각도 해야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결점을 보충하는데도, 역시 『노자』의 사고방식은 대단히 참고가 될는지 모른다.
『노자』는 직선적인 생활방식보다는 곡선적인 생활방식을 좋다고 했다. 또 전진하는 것만 생각하면 벽에 부딪치고 만다. 전진하고자 하면 우선 후퇴하라는 것이 그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유명한 한 귀절을 소개한다.
“굽었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굴하기 때문에 신장할 수가 있다. 파였기 때문에 물을 채울 수가 있다. 낡았기 때문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가 있다. [曲則全屈則直 窪則盈 敞則新 少則得多則惑]"
여기서 곡(曲)이란 굽어져서 힘을 비축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상태라야 오래 견딜 수가 있다. 곧게 뻗은 상태는 어딘가에 무리가 와서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혹은 곧장 전진하는 것보다는 굽어진 상태의 모양으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이 『노자』의 말에서 '곡전(曲全)'이란 말이 나왔다. 이 역시 노자류(老子流)의 유연성으로서 만만찮은 처세철학을 대표하는 한 마디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면, 다시 다음과 같은 말에 도달하게 된다. "축소시키려면 먼저 확장한다. 약화시키려면 먼저 강화한다. 내쫓으려면 먼저 내 편으로 끌어들인다. 얻고자 하면 먼저 준다"
『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거니와, 참으로 만만찮은 계산이라고 말해야 할것이다. 준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 전제로서 언젠가는 2배, 3배로 하여 되찾아 오겠다는 계산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도 『노자』뿐이 아니라, 많은 중국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된 경향인 것이다.
관중(管仲)이란 명재상(宰相)이 있었다. 그는 약 2천7백 년 전에 제(齊)나라의 재상으로서,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성공하여 제나라를 일약 강대국으로 발전시킨 대정치가였다. 그러한 그가 '얻으려면 먼저 주라. 이것이 정치의 요체(要諦)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역시 『노자』와 기본적으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관중의 정치란 어떠한 정치였을까.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가인 사마천(司馬遷)이 그 관중의 정치를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마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끊임없이 백성들의 뜻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한다. 이것이 관중의 시정(施政)의 모습이었다. 따라서 정책을 의논하는 경우 실행면에 주안점을 두고 항상 백성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염두에 둔 채 그것을 정책에 반영시켰다.
실패를 저질러도 거기서 교훈을 찾아내서 성공으로 유도하고, 또 항상 균형을 잃지 않으며 지나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관중의 특징이다"
무리가 없는 유연한 정치, 그것이 '얻으려면 먼저 주라'는 방침을 기본으로 한 정치였었다. 사원을 채찍질하며 강제로 일을 시킬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런 분위기로 만드는 것을 첫째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노자』가 노린 것도 실은 그 점에 있는 것이다. 『노자』는 다음과 같은 말도 하고 있다.
“천하를 잡으려고 획책하고 있는 자가 천하를 잡은 예가 없다. 천하란 불가사의한 것으로 잡으려고 해서 잡히는 것이 아니다. 잡으려고 하면 산산조각이 나고 쥐려고 하면 도망해 버린다'
잡으려고 할 때 도망하는 것은 천하뿐이 아니다. ‘얻으려면 먼저 주라’는이 『노자』가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본질을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몸에 배도록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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