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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처세훈 (웅비의 결단학)/실리를 얻는 지혜

[한비자]5-1 미사여구가 전부는 아니다

by 고전 읽기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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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여구가 전부는 아니다


사람이 처음으로 스키를 탈 때는 중력을 이용하는 데다가 더구나 미끄러지기 쉬운 도구를 착용하므로 가만히 있어도 미끄러져 간다. 그것만으로도 무 척이나 즐겁다. 하나 그럴 때마다 꼭 한 바퀴쯤 뒹굴어야만 멈추게 된다는 것은 역시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지 뒹굴지 않고 멈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그럭저럭 뒹굴지 않아도 멈출 수가 있게 되면 길이 똑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 이젠 길을 따라 돌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미끄러지면서 회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미끄러지는 것만큼은 상당한 효율을 높일 수가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스키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그 무거운 스키를 짊어지고 산중턱까지 애써 올라가야 된다. 그러므로 피곤도 하고, 산중턱까지 오르기가 힘도 들고 하여 하루에 얼마 타지도 못한다. 
그러니 스키를 탈 수 있는 시간만 따진다면 대단히 효율이 나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리프트라는 것이 생겨서 옛날 같으면 몇 시간이나 걸릴 곳을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해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옛날에 비하면 거의 기하급수적인 배율로 하루에 미끄러지는 횟수가 늘어난다. 유독 미끄러진다는데 관해서는 대단히 효율이 높아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옛날 같으면 공짜였던 것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 서비스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데다가 더구나 부상이 늘어난다는 위험도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기에 이르렀지만, 여기, 공자께서는 말씀하신다.


'나물밥을 먹으며 물을 마시고 팔을 꾸부려 베개 하며 살아도,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나니, 불의로 얻은 부귀는 나에겐 뜬 구름과 같다'(飮食飮水 曲肱而枕之樂亦在其中矣 不意而且貴 於我如浮雲)


하긴 이렇게 큰 소리를 치기는 하였으되 스키의 예에서도 확실하듯이 인 간이라는 것은 언제나 줄곧 효율을 높이기를 원하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군자(君子)는 맛있는 것을 양껏 먹기를 원하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 살면 서 생각나는 일은 주저 없이 실행하고, 그러면서도 그 발언에는 신중을 기하며 더구나 정의에 입각하여 깊이 반성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학문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矣)


이렇게 말씀하신 공자께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지만, 인간이란 항상 효율을 높이고자 바라고 있는 것이라면, 먹는 것에 관해서라면 보다 맛이 있는 것을 보다 많이 먹고 싶어 할 것이다. 그를 위한 노력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 가 먹는 혹은 좀처럼 입에 넣을 수 없는 대단히 맛이 있는 갖가지 요리를 개발해 온 것이리라.


주택에 관해서 말하면, 그저 잠을 자기 위한 집이 아니고 보다 쾌적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거주공간(居住空間)으로서 갖가지 코디네이트된 훌륭한 주택이 개발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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