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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처세훈 (웅비의 결단학)/진시황과 한비자

[한비자] 0-1.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

by 고전 읽기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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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극복하는 길

 

사마천(司馬遷)은 그의 유명한 사기(史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서 다음과 같이 한비자의 전기를 기술하고 있다.

 

한비자(韓非子)는 한(韓)나라의 여러 공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형명법술(刑名法術)을 배우기를 좋아하고 이 학문을 황로(黃老~莊子와 老子)의 학설에 귀착시켰다.

 

한비자는 말을 더듬었지만 글을 쓰는 것은 잘했다. 이사(李斯)와 함께 순경(荀卿~荀子)에게서 배웠다. 그러나 이사는 한비자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비자는 고국인 한나라가 쇠약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주 글을 올려 한나라 왕에게 나라가 부강해지는 방책을 건의했지만 왕은 한비자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비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법제(法制)를 분명하게 하고 왕의 권세로서 신하를 제어하며, 나라를 부()하게 하여 군대를 강하게 훈련하고, 인재를 구하여 현인(賢人)을 임용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박하고 탐욕하게 나라를 좀먹어 들어가는 벌레 같은 인간들을 공로가 있는 사람보다 더 높이 등용하고 있는 현실에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유학자(儒學者)들은 문학으로 법률을 어지럽히고, 협자(俠者)들은 무력으로 금령(禁令)을 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배자들은 평시에는 그 유학자들과 협자들을 존중하면서 긴급할 때에는 갑옷을 입은 무사들을 임용한다.

 

평소에 기용한 사람은 긴급할 때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긴급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평소에 기용하지 않고 버림받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한비자는 강직한 선비가 사악한 신하의 방해로 등용되지 않는 현실을 슬퍼하여 그때까지의 역사에서 성공과 실패의 변화를 공부하여 「고분(孤憤)」[1], 「오두()」[2], 「내외저(內外儲)」[3], 「설림(說林)」[4], 「세난(說難)」[5]등 10여 만자의 저서를 저술하였다.

 

그러나 한비자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난」에서 그것을 자세히 설명했지만, 그 자신 진()나라에서 설득에 실패하여 죽임을 받아 그 어려움을 극복하지는 못하였다.

 

어떤 사람이 한비자가 지은 책을 진나라에 전했다. 뒤에 진시황(秦始皇)이 된 진왕은 「고분」과 「오두」를 읽고 이렇게 말했다.

 

“아아, 이 글을 쓴 사람을 만나 교분을 맺을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러자 이사(李斯)가 말했다.

 

“이 글은 한비자라는 사람이 쓴 것입니다."

 

그러자 진왕은 한비자를 만나기 위하여 즉시 한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 왕은 그때까지 한비자를 등용하려 하지 않았지만 이와 같이 긴급한 사태가 되자 한비자를 사신으로 기용하여 진나라에 보냈다.

 

진나라 왕은 한비자를 만나 기뻐했지만 아직 충분히 마음이 통할 정도까지는 사귀지 못했다.

 

진나라의 재상이었던 이사(李斯)와 요가(姚賈)는 이 무서운 경쟁상대를 매장하기 위하여 진왕에게 이렇게 중상을 하였다.

 

"한비자는 한나라의 공자입니다. 그러므로 왕께서 제후국을 병합하려 하고 있는 지금 한비자를 등용하신다면, 한비자는 결국 자기 나라인 한나라를 위하여 유리하게 도모할 것이므로 우리 진나라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상정이므로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왕께서 등용하지 않고 오랫동안 우리 진나라에 머물게 한 뒤에 그대로 귀국시킨다면 일부러 훗날의 화근을 남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적당한 죄를 씌워 죽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인 줄 압니다"

 

진왕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한비자를 하옥시키고 죄를 묻도록 하였다.

 

이사는 한비자에게 독약을 보내어 자살할 것을 권했다. 한비자는 진왕에게 자신의 무죄를 변명하고 싶었지만 진왕을 만날 수가 없었다.

 

진왕은 성급했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사면의 사자를 보냈다. 그러나 한비자는 이미 이사가 보낸 독약을 먹고 죽은 뒤였다.

 


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

 

한비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1] 고분: 법술지사가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부분으로, 핵심적인 편장 가운데 하나다.

[2] 오두: 혼란을 조장하는 다섯 가지 벌레들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주로 유가, 묵가를 비롯한 다른 학파들을 뜻한다. 타 학파에 대한 평론이 성행하던 전국시대 말기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3] 내저설內儲說 상, 칠술七術. 경經과 전傳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경에서는 군주가 취해야 할 일곱가지 방법을, 전에서는 그 구체적 사례를 해설하고 있다.
내저설 하, 육미六微. 역시 경과 전으로 나뉘어 있다. 경에서는 군주가 감지해야 할 나쁜 징조들을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에서는 그 구체적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외저설外儲說 좌상/좌하/우상/우하. 역시 경/전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한비 사상의 핵심적 주제인 객관적 법法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인 술術, 초월적 권위인 세勢 등을 확보하는 것이 군주권을 지키는 데 있어 핵심적인 것으로 경에 소개된다.

[4] 설림: 옛 이야기들이 다수 포함된 자료집.

[5] 세난: 설득의 어려움을 군주에게 알리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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