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근무해서 출세의 계단을 올라가 힘겹게 톱의 자리에 앉게 되었건만, 스스로 묘혈(墓穴)을 파고 자멸하는 톱이 끊이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비자』는 이것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넘어지기 전에 지팡이'라는 말이 있다. 원인을 알면 실패도 그 만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간은 결국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것이 『한비자』가 도달한 인식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이익이라고 하지만 개개인이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또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어도 톱과 평사원의 이익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한비자』는 이런 예를 들고 있다.
어떤 부부가 치성을 드리고 있을 때, 아내는 이렇게 빌고 있었다.
“신령님, 제발 부탁이오니 백 필의 천을 내려 주십시오.”
“욕심치곤 되게 적군.”
하고 남편이 말하자 아내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보다 더 많으면 당신이 첩을 거느리게 될 거에요"
부부까지도 이 정도로 이해관계가 상반된다. 그러니 군주와 신하, 주종관계(主從關係)에 있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이해관계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다르다. 세상에는 이러한 기본도 분별하지 못하고 대단히 안이하게 권한을 이양해버리는 톱이 있는데, 그런 짓을 저지르다가는 당장에 실권도 없는 지위로 떨어져서 영향력을 잃고 만다고 『한비자』는 갈파하고 있다.
“권한을 신하에게 위임해 주면 신하의 권력이 증대한다. 그렇게 되면 국내외의 사람들이 신하를 위해서 일하게 되고 군주는 격리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권한을 쥐고 놓지 말아야 하며 그것이 톱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톱이 자멸하는 둘째 원인은 '작은 이익에 사로잡힌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비자』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다.
옛날 진(晋)이라는 대국이 괵이라는 작은 나라를 공격했을 때의 일이다. 괵을 공략하려면 그 이웃에 있는 우(虞)라는 나라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진나라 왕은 우나라 왕에게 보석과 말을 선물로 보내며 길을 터 달라고 간청했다.
우나라에서는 중신 한 사람이 “우리 나라와 괵나라는 이웃에 있으면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읍니다. 만약 길을 터주면 괵이 멸망할 것이고 괵이 멸망하면 그날로 우리나라도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건 안됩니다. 그 청은 받아들이지 마셔야 합니다” 하면서 반대했지만, 보석과 준마에 눈이 어두워진 국왕은 반대를 무릅쓰고 길을 터주고 말았다.
그리고 중신이 염려한대로 진군(晋軍)은 괵을 멸망시키고 돌아가는 길에 우나라까지 공략하여 보석과 준마를 도로 찾아갔다고 한다.
우나라의 국왕은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나중에 다가올 박해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왕의 어리석음을 웃을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이러한 실패는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조직을 맡고 있는 톱이 되면 책임이 중대하다. 나 하나만 망하고 말면 그래도 좋지만, 조직 자체가 위험에 빠지고 만다. 『한비자』는 '욕심에 눈이 어두워서 이익만을 추구하면 자기자신은 물론이고 나라까지 망하고 만다'고 경고했다.
톱이 자멸하는 제3의 원인은 노는 일과 도락(道樂)에 빠지는 일이다. 『한비자』는 톱이 곧 잘 빠져드는 놀이로써 가무(歌舞)와 음악을 들고 있는데, 당시 가무라는 것은 여성이 한 것이니까, 결국 '여자에 빠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오락이 적었으므로 위의 두 가지에만 주의하면 좋았겠지만, 현대의 톱을 기다리고 있는 유혹은 그 당시보다 훨씬 많아졌다.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층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리 다짐해 두지만 '빠지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을 위해 놀이가 필요하다. 『한비자』가 아무리 법가라고 해도 그것까지 부정할 정도로 벽창호는 아니다. 요컨대 할 일을 다한 다음의 놀이이지,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외면하면서까지 빠져버리면 원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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