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비자] 술을 통한 부하 통솔법

술(術)을 통한 부하 통솔법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읽으면, 어느 나라이건 부하에게 암살당하는 톱이 종종 등장한다. 현대에는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그에 가까운 예는 많다. 신뢰한 부하로부터 큰 코를 다치거나 배신을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꼬리를 잇고 있다.

부하에게 배신을 당해도 개인적인 손해로 끝나면 그래도 좋지만, 회사까지 흔들리게 한다거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때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리더로서는 실격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비자』에게 그것을 묻는다면 지도자의 조직관리가 너무 무르고 부하 통솔에 하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안되기 위해서는 부하를 통솔하고 조종하기 위한 ‘술’을 터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술’이란 첫째로 공을 세운 부하에게는 상을 주고, 실패를 범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권한을 꼭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랑과 채찍으로 부하를 소신껏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호랑이가 개를 복종시키는 것은 호랑이에게 발톱과 이빨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발톱과 이빨을 빼어 개에게 준다면 거꾸로 호랑이가 개에게 복종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군주가 상벌의 권한을 스스로 사용하지 않고 신하에게 맡기면, 나라 안의 백성이 그 신하를 두려워하고 군주를 얕본다. 인심은 군주에게서 떠나 신하에게로 모인다"

 

톱이 행사하는 상벌의 권한이 호랑이의 발톱과 이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상벌의 권한을 포기한 톱은 발톱과 이빨을 빼어버린 호랑이와 같다. 그렇게 되면 부하를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권한을 자기 손에 꼭 쥐고 있다는 것, 이것이 '술'의 제1의 조건이다.

둘째는 냉엄한 근무평정(勤務評定). 이 평정방법에 대해서 한비자』는 ‘형명참동(刑名參同)'이라고 하는 독특한 방식을 제창하고 있다. ‘형명참동'이란 부하의 신고에 의해서 직무를 주고 신고한 것에 성과가 일치하면 상을 주며 일치하지 않는 자에게는 벌을 주는 방법이다.

신고한 것과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 케이스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신고한 것 이하의 성과밖에 오르지 않은 경우. 이것은 벌을 받아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 다른 케이스로, 이것밖에 할 수 없다고 했으면서도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벌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비자』는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신고한 것과 성과가 일치하지 않는데서 오는 마이너스는 다소 큰 성과를 올린 정도로는 보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단히 엄격한 방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섣불리 채용하면 조직 안에 쓸데없는 반발만 야기시킬 것이다.

그러나 『한비자』의 인식으로는 부하에게 직분을 지키게 하고 부하가 서로 비호해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엄격한 태도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하를 조종하기 위한 제3의 ‘술’은 부하에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보이지 말라는 점이다. 군주가 신하에게 좋고 싫은 감정을 보이면 신하는 그 눈치를 보고 자기자신을 그 자리에 대치시킨다. 그렇게 되면 부하를 마음대로 부리기는 커녕 오히려 신하가 군주를 부리려 하게 된다. 또 속이 검은 신하는 책모를 도모하여 군주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그와 같은 틈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넷째로 가끔 부하에게 뜻하지 않은 일을 질문하는 것도 좋다. 이것은 약간 잔재주를 부리는 것 같지만 이 방법으로 끊임없이 부하를 자극하면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부하의 컨트롤에는 효과적이라고 하여 『한비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송(宋)나라의 재상이 부하에게 명하여 시장(市場)을 돌아보게 한 다음 그가 돌아오자마자 물었다.

“시장에 뭔가 변한 것이 없던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까, 시장 밖에 소가 끄는 수레가 꽉 차서 길을 가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랬을 테지. 그 얘기를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된다"

재상은 그렇게 일러두고는 시장의 벼슬아치를 호출해서 혼을 내주었다.

“시장 밖에는 쇠똥이 꽉 차있지 않은가. 당장 깨끗이 치우도록 해라"

벼슬아치는 재상이 이런 작은 일까지 알고 있는 것에 놀라서 그 뒤로는 직무를 게을리하지 않게 되었다.

다섯째로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물어보기도 하고, 거짓이나 트릭을 써서 시험을 해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비자』는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한비자』의 '술'에 의한 부하 조종법에 대해서는 무조건 긍정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워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독자는 각자 나름대로 자신에 맞게 소화, 응용해 가면 좋을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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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