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주장한 '술'을 조직관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옛날 어떤 사나이가 촌장(村長)에 임명되었다. 사나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마을의 정치를 잘 해보려고 열심히 일한 탓으로 홀쭉하게 말랐다. 그래서 친구가 걱정이 되어 그에게 물었다.
“몸에 꽤 축이 간 것 같군"
사나이가 대답했다.
“나는 무능한데도 이 마을을 다스리도록 명령을 받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책임을 완수하려고 하다가 너무 지쳐서 말라 버렸어”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옛날 순(舜)이란 천자(天子)는 거문고를 뜯고, 콧노래를 부르며 천하의 정치를 행했지만 역시 천하를 잘 다스렸다고 한다. 그런데 자네는 이렇게 작은 마을을 다스릴 뿐인데, 그렇게 말랐단 말일세. 만약 천하의 정치라도 하게 되었더라면 도대체 어떻게 할뻔 했는가?”
『한비자』는 이 일화를 소개한 다음 그 자신의 다음과 같은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내가 말한 술에 의해서 다스리면 오로지 관청에 앉아서 원활하게 다스릴수가 있다. 술을 쓰지 않으면 비쩍 마를 때까지 일한다고 해도 성과는 조금도 오르지 않는다”
현대의 경영자에서도 이와 똑같은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촌장의 고생을 누구도 웃을 수가 없다.
비슷한 일화를 하나 더 소개한다.
위(魏)나라의 소왕(昭王)이란 임금이 어느 날 자기 자신이 재판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재상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직접 재판을 하고 싶다"
“그러시다면 우선 법률부터 공부하셔야 합니다”
소왕은 법률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자마자 졸음이 와서 '나는 법률 공부를 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포기했다고 한다.
『한비자』는 이 일화에 다음과 같은 촌평을 덧붙이고 있다.
“군주는 권력의 요점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신하에게 맡겨도 좋은 것까지 자신이 하려고 든다면 졸음이 오는 것도 당연하다”
조직관리에 임해서는 중요한 포인트만 견제하고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사고방식이다.
『한비자』는 경영자에겐 상, 중, 하의 3계급이 있다고 했다.
“삼류의 경영자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의 경영자는 남의 힘을 쓰고, 일류의 경영자는 남의 능력을 쓴다"
원문에는 군주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군주를 경영자나 리더로 대치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대목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하군진기능(下君盡己能), 중군진인력(中君盡人力), 상군진인능(上君盡人能)”
하군, 중군, 상군이란 상·중·하의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진인능’이란 부하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거기에 대해서 『한비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은 많은 사람의 힘을 능가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지혜로는 모든 일을 살펴볼 수가 없다. 한 사람의 힘과 지혜를 쓰는 것보다는 나라 안의 모든 힘과 지혜를 쓰는 편이 좋다.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일을 처리하면 비록 성공한다 해도 몹시 피로하다. 순조롭지 못하면 터무니 없는 꼴이 된다”
“닭이 시각을 알려주고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부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능력을 발휘하게 하면, 위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 손을 쓸 필요가 없다. 위에 있는 자가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말 없이 권위를 세우는 방법, 그것이 바로 이상적인 조직관리라는 것이다. 다만 그것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히 술을 터득하여 부하 조종하는 법에 능숙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비자』 역설하고 있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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