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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과 현대 처세학 (난세의 인간학)/한비자(韓非子)

6. [한비자] 상사에 거슬리지 말라

by 고전 읽기 2022.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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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한비자』가 말하는, 톱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주로 소개했다. 그러나 현대는 톱이나 리더라고 하더라도 그 위에 상사가 있거나 머리를 조아려야만 하는 존재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맨 사장도 계열회사의 회장이나 은행에 목이 죄이고 있을지도 모르고, 부하에 대한 통제력도 옛날의 왕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즉, 처음부터 중간관리직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현대의 톱이다. 그런 속에서는 자기보다 큰 권력을 가진 상대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일을 성취시키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한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는데, 진언(進言)할 경우, 즉, 상급자에 대해서 어떤 방법으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고도 구체적인 주의 사항을 기록하고 있다. 끝으로 그 한 예를 소개한다.


『한비자』는 우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언이란 어렵다. 그것은 진언하는 자가 충분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아니다. 또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하는 어려움도 아니다. 가식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어려움은 더욱 아니다. 진언의 어려움이란 상대의 마음을 읽은 다음, 이쪽의 의견을 거기에 부합시키는 그 하나밖에 없다.


가령, 상대가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런 상대에게 이렇게 하면 이익이 많이 오른다고 설득해 보았자 오히려 돈밖에 모르는 줄 아느냐고, 기분만 상하게 해서 상대도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반대로 이익만을 생각하는 상대를 보고 이번에는 명성을 올려주겠다고 진언한다면, 세상물정을 모르는 철부지라고 하여 경원당할 것이 분명하다. 상급자에게 진언하고자 할 때에는 이 정도는 터득해 둘 필요가 있다"


『한비자』는 이와 같이 전제한 다음 다시 구체적으로 상대에 따라 진언하는 요령을 기록하고 있다.


"
상대가 자랑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일 때는 칭찬을 하고, 수치스러워 하는 일은 잊게 한다. 이런 요령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하는 상대에게는 대의명분을 세워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쓸데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중지하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나쁜 짓이 아니므로 중지하지 않아도 좋다고 안심시켜 준다.


높은 이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그 이상이 잘못임을 지적하고, 실행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일러준다.


위험한 사업을 중지하도록 충고할 경우에는 본인의 명예에 관계된다고 하면서 중지시키고 톱 개인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위의 설명은 결코 아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상사에게 진언하는 경우에는 우선 상대의 심리와 욕망을 분석한 다음, 그에 따라서 설득하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한비자』는 다음과 같이 주의를 촉구한다.


“용이란 동물은 길들이면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로 순하다. 그러나 턱 밑에 직경 한 자 가량의 비늘이 거꾸로 나 있는데 이것을 잘못 건드리면 당장 물려 죽고 만다. 톱에게도 그와 같은 비늘(逆鱗)이 있다. 그것을 건드리지 않고 진언하면 우선 급제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려는 상사에 대해서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른다.

 

 


출처: 난세의 인간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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