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5-6 효율에 대한 한계의 설정

 

'효율'에 대한 한계의 설정

그러나 사람은 도구를 통해 현실과 접촉한다.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도구에 관해서 가령 『장자(莊子)』에는 이런 말이 있다.

기계절대주의를 멀리함

자공(子貢)이 남쪽 나라, 초(楚)를 돌아다닌 다음 진(晋)으로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다. 도중에 한수(漢水)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한 노인이 굴을 파고 샘으로 들어가 단지에 물을 길어 그것을 밭에다가 뿌려주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을 하고는 있었지만 힘만 들뿐 작업은 전혀 보람이 없었다. 보다 못해서 자공이 말을 걸었다.

“편리한 기계가 있습니다. 하루에 백 두둑에 물을 뿌릴 수 있고 더구나 힘은 그다지 들지 않으며 능률은 훨씬 올라간답니다. 해 보시겠습니까."

 

그러자 그 밭일을 하던 노인이 자공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게 어떤 것이오?"

“나무를 깎아서 장치를 만들어 뒤를 무겁게 하고 앞을 가볍게 합니다. 흐르듯이 물을 퍼 올릴 수 있고 더구나 속도가 빠르므로 물은 마치 넘치듯 합니다. 그것을 방아두레박이라고 하지요.”

밭에 물을 뿌리던 노인은 분연히 안색이 변했으나 곧 얼굴에 웃음을 짓고는,

“나는 선생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소. 기계를 갖는 자는 반드시 기계에 의지하는 일이 많아지고, 기계에 의지하는 일이 많아지면 기계절대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기심 (機心)'이 생기게 되지. 기심이 가슴속에 있으면 자연의 순수함을 잃고, 자연의 순수함을 잃으면 정신은 불안정해진다. 정신이 불안정하면 자연의 법칙을 거슬리게 된다라고. 나는 방아두레박을 모르는 것이 아니오. 다만 그런 것을 사용하기를 부끄러이 여길 뿐이오.”

자공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얼굴을 돌리고 대답할 말을 잊었다. 한 동안이 지나서 그 노인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공구(孔丘)의 제자올시다."

“음 그렇군. 그 박학(博學)을 코에 걸고 성인인 체하며 큼직한 책보따리를 펼치고는 대중을 위협하고 혼자 악기를 타며 슬픈 듯이 노래를 부르면서, 명성을 천하에 팔겠다는 자들 중의 하나로구먼. 자의식(自意識)을 잊고, 신체를 잊음으로써 사람이란 그런대로 자연에 다가설 수 있으련만 그대와 같이 자신의 몸마저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어찌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는 가. 자 어서 가시오. 내 일을 방해하지 마시오."

상당히 과장되고 있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효과를 찾아 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 어느새 효율화에 이끌려, 기계에 사용당하게 되고만 인간의 정신구조, 혹은 문화의 구조에 대해서 예리하게 경고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히 효율을 높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인간을 소외시키게 되고 말 기계의 체계에 대한 도착적(倒錯的)인 의존,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반대로 물건에 소유당하게 되는, 이른바 역전의 운동을, 효용이라는 것은 항상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령, 캡틴시스팀(文字國形情報네트웍)이라는 것이 있다. 기술의 정수를 다한, 대단히 편리한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즉시에 제공해 준다는 서비스이다. 그것만으로 볼 때는 대단히 현실적 효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가가치(附加價値)가 큰 서비스이므로 옛날 같으면 이웃끼리 모여, 가령 빨래터 같은 데서 “어디 어디서 지금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식으로 공짜로 들어오던 정보를, 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 입수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확실하게 가난해진 것이다.

혹은 또 INS(高度情報通信시스템)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훨씬 고도의 기술일 것이다. 출타한 곳에서 전화 하나로 불 단속에 대한 것을 점검하고, 끄고, 혹은 룸 에어컨을 세트 한다는 그런 작업을 지시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이 옛날부터 배양해 온 문화, 가령 외출할 때는 불을 끄고 문단속을 한다는 습관, 말하자면 종합적인 생활을 어디선가 파괴해 버 릴 것이 틀림없다.

INS에 의존한다는, 장자』식으로 말한다면, 기심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되어 갈 것이다. 그리하여 만약에 어떤 전신전화국의 케이블에 화재가 나는 사고라도 생기게 되면 생활은 이제 완전히 붕괴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적어도 자기의 운명은 항상 남의 손아귀에 쥐어 있다는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롱기수상은 지난날 '뉴질랜드인은 뉴질랜드인으로서의 독자적인 생활양식이 있는 것이며, 외국의 영향을 받아 외국의 유행을 본뜬 생활을 하기 위한 경제성장이라면 그런 경제성장은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남의 생활을 투기하고 부러워하여 그 부문에서의 효율을 높이려는 경향에 대한 장자식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토착문화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특정한 부문만의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그 부문에만 한정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 틀림없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역효과에 빠지기 쉽다는 것은 과잉생산의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명백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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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웅비의 결단학, 월간 엔터프라이즈, 1986년 12월